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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②몬덱스와 닮은꼴 비트코인

  • 2014.01.15(수) 13:21

<신년기획> 21세기 화폐 논쟁
2부 : 몬덱스의 향기를 품은 비트코인

<글 싣는 순서>
2부 : 몬덱스의 향기를 품은 비트코인
①몬덱스를 아시나요?
②몬덱스와 닮은꼴 비트코인
③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몬덱스

1부 : 새로운 화폐 질서를 꿈꾸다
①공상 과학 영화처럼 등장한 비트코인
②탐욕스런 금융의 본질을 찾아…
③{근대 금융의 위기=신용•신뢰의 위기}?
④화폐의 새 질서를 요구한 비트코인


몬덱스의 꿈은 모든 현찰 거래를 카드 한 장으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지갑에 두툼하게 현찰을 넣어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전 세계의 현찰을 몬덱스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일이다. 이렇게 전 세계의 현금을 대신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금융상품이나 거래시스템은 일찍이 없었다.

몬덱스는 20년 전에 이런 꿈을 꿨다. 비록 지금의 모습은 초라해 보여도 말이다. 몬덱스와 비트코인은 이렇게 그 꿈의 모양이 매우 유사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 세계의 현찰을 대체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금 사용과 가장 유사한 또는 같은 거래 시스템을 만든다는 얘기다.

새로운 금융거래 시스템을 구상하면서 IT와 인터넷의 발전은 전제 조건과도 같다. 기술적인 문제들이 IT 발전으로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디지털 가상통화는 그렇게 서서히 개발자들의 원초적인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 오리지네이터가 네트워크로


몬덱스는 기존 현금(현찰) 화폐를 대체하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매번 카드나 전자지갑을 발행한 은행과 정산을 해야 한다면 의미가 없다. 너무 불편하다. 그래서 이들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냈다. 첫째가 카드와 전자지갑 발행기관을 은행이 아닌 곳으로 했다. 그들의 용어로 하면 오리지네이터(Originator, 발행자)다.

오리지네이터는 몬덱스를 이용자에게 발행한다. 이용자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그만큼의 잔액을 넣은 몬덱스를 받아 사용한다. 영국 냇웨스트가 은행의 직접 발행을 포기하고 이렇게 한 단계 더 거치는 구조를 생각한 것은 결국 매번 정산이라는 과정을 없애고자 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은행들의 공동 자회사 격인 오리지네이터가 몬덱스를 발행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거래는 건건이 일어나지만 묶음으로 거래 승인을 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런 개념도는 예나 지금이나 파격이다. 몬덱스가 기존 신용카드를 교묘히 변형해 놓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평가를 받는 이유다.


정부로부터 보증받은 신용기관(은행)이 아닌 오리지네이터가 신용 창출의 효과가 있는 카드나 전자지갑을 발행하는 것은 기존 중앙은행 측면에서 보면 도발에 가깝다. 정부의 현금발행이라는 고유 영역을 일반 사기업이 하겠다는 것과 유사하다. ‘은행이 아닌 전자지갑•카드 발행자’라는 개념은 결국 각국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는 실마리가 된다.

비트코인에서 보면 이런 오리지네이터 역할을 네트워크가 하는 셈이다. 몬덱스와 비트코인은 결과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물론 몬덱스는 비트코인처럼 애초부터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을 배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금융거래 과정에서 매번 정산이라는 번거로움을 없애보고자 하는 의도가 강했던 것으로 분석한다.

◇ 개인 간 자금이체를 실현한 몬덱스

그래서 보통은 몬덱스의 C2C(Card-to-Card) 기능에 더 주목한다. 완전한 현금 대체를 목표로 한다면 개인과 개인 간에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물건을 사고 상점에 값을 치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용돈을 줄 수도 있고, 개인 간에 사적으로 돈을 조금씩 빌려줄 수도 있다.

몬덱스는 이를 ‘이용자 간 자금이체 또는 가치이전(C2C)’이라고 불렀다. 마이크로(IC) 칩과 암호(RSA) 기술의 발전은 몬덱스가 이런 기능을 현실로 옮겨 놓는 데 충분했다. IC칩 카드는 지금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카드에 들어가 있다. 보안성이 좋아서다. 1977년에 개발된 RSA 암호 알고리즘은 현재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97년 캐나다 한 방송이 소개한 '몬덱스의 미래'>

어쨌든 금융기관의 정산 기능을 이미 없앤 상황에서 개인 간 자금이체 또는 가치이전이 가능하도록 한 설계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로선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카드에서 카드로 자유롭게 돈이 넘나드는 것은 현재 현금을 사용할 때와 아무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그때도 지금의 비트코인처럼 몬덱스의 검은돈 자금 세탁 논란이 거셌다. 몬덱스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거래를 지향했다. 몬덱스라는 한 장의 카드에 기본으로 다섯 개 나라의 통화를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5개국 통화로 이용자 간 자금이체를 하면 환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쨌든 20년 전 몬덱스는 비트코인처럼 새로운 화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새 질서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금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그래서 불편함이 없는 ‘돈의 모습’을 생각했다는 점에서 몬덱스와 비트코인은 쌍둥이처럼 닮은꼴이다. 비트코인에서 몬덱스의 향기가 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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