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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한방' 필요한 김정태 회장 '링'에 올랐다

  • 2014.10.15(수) 10:07

영업통서 전략통 변신 도모…'조기통합' 논의 속전속결
리더십 시험대…외환 노조 끌어안기·신뢰 회복 관건
[하나+외환 대박 만들기]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한금융지주가 과거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통합을 계기로 도약했듯, 하나금융도 그와 같은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 은행의 합병은 국내 금융권에도 적지 않은 판도 변화를 이끌어낼 전망이다. 조기통합의 의미와 성공과제 등을 짚어본다. 아울러 지난 2006년 신한·조흥 통합 이후 8년 만에 은행 통합의 새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편집자]

 

3년 차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겐 큰 숙제가 하나 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거다. 하나금융엔 김 전 회장의 그림자가 생각보다 짙게 드리워 있다.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시절부터 같이 해 온 김 전 회장이었기에 그럴 만 하다.

김 회장은 올 초까지 계열사 인사를 통해 김 전 회장의 그림자를 모두 지워내려 했다. 이제 그곳에 '김정태'라는 새로운 색을 입힐 때가 왔다. 김 회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은행 조기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기적으로 은행 수익 악화·위기에 따른 당위성도 충분하다. 어떤 게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김 전 회장이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했다면 은행 통합은 김정태 회장의 몫이다. 성공하면 김 회장의 성과가 된다는 얘기다. 조기통합은 김 회장의 데뷔작이자 리더십의 시험대다.

◇ 치밀한 준비 속 '속전속결'…"국감은 피하자"

김 회장은 지난 7월 3일 은행 조기통합 의사를 내비쳤다. 곧장 양 은행과 지주회사 이사회에선 합병추진을 결의했고 통합추진협의회도 구성했다 .8월엔 양 은행장이 통합 선언문에 서명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사전 정지 작업을 사실상 끝마쳤다. 김 회장이 조기통합을 언급한 후 두 달도 안 돼 벌어진 일이다. 이사회의 결의와 당국 승인신청이라는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외환 노조와는 여전히 대화가 단절된 채다. 외환은행 측과 노조가 지난달 두 차례 만나긴 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했을 뿐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또다시 대화는 끊겼다.

이와 별개로 하나금융은 지난달 24일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협지법인이 통합했고, 중국에서도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께 출범할 예정이다.

현지 법과 당국에 의해 통합 절차를 밟는 것이지만 지난해 7월 카드 통합 작업을 시작으로 사실상 은행 조기통합이 준비돼 온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이달 말까지 노조가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통합절차를 강행할 뜻을 공식화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국정감사를 피해 데드라인을 정했다.

 


◇ '영업통'서 '전략통' 변신 도모

노조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 김 회장은 속전속결을 택했다. 조기통합이 갑자기 꺼낸 카드가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를 짜고 준비됐다는 방증이다.

김정태 회장은 하나금융 내에서 영업통으로 자리매김해 왔고, 그 이미지가 강하다.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적인 사고와 판단을 해야 하는 자리이니만큼 '전략통'이었던 전임 김승유 회장이나 김종열 사장과 비교돼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기통합을 추진하면서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조심스레 나온다. 물론 아직은 이른 평가다.

대내외적으로 이 같은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전임 회장보다 상대적으로 짧은 재임 기간. 주주와의 스킨십도 적었고, 대외적으로 김 회장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도 적었다. 그래서 성공적인 조기통합이 더욱 절실하다.

내년 3월 임기를 앞두고 김 회장은 주주와 이사회에 보여줄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하다. 물론 굳이 조기통합이란 어려운 길을 가지 않더라도 무난히 연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주와 이사회도 명분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 외환 노조 품기·직원 신뢰 회복 관건

관건은 노조다. 노사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김 회장은 최후통첩까지 한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가 최근 투쟁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제기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외환은행 직원들은 "그래도 믿을 건 노조뿐"이라며 노조를 지지하고 있다. 어떤 식이 됐던 외환 노조를 품어야 하는 게 김 회장의 리더십이고 숙제다.

무너진 외환은행 직원들의 신뢰회복도 마찬가지다. 외환은행 본점에 근무하는 책임자급 한 직원은 "정부 입회하에 합의했던 5년간 독립경영 보장도 안 지켜지는데 고용조건 유지 등의 약속을 직원들이 어떻게 믿느냐"며 기본적으로 신뢰가 깨졌음을 시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회장이 위기론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기통합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등 미래지향적인 보다 큰 청사진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김 회장은 릴레이션십이 매우 좋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결국 잘해 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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