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추경이 집행될 경우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기 진작을 위해 한껏 내렸던 기준금리도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성장세가 뚜렷해지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 김동연(오른쪽)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
◇ 한국은행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2.6 → 2.8%
한국은행은 13일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8%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 성장 전망치는 기존대로 2.9%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앞서 지난 4월 올해 성장 전망치를 2.5%에서 2.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성장 전망을 두 차례 연속 상향 조정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연간 4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해 발표한다. 관련 기사 ☞ '3년째 시름시름' 한국 경제…살아날 조짐 보인다
우리나라 경기 전망이 밝아지고 있는 것은 IT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지속해 호조를 보여서다. 삼성전자가 2분기 실적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부진했던 민간 소비도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경기 지표의 개선과 신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며 "고용 사정 호조 등으로 가계의 임금소득도 예상보다 높은 증가세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 3년 만에 '3%대 성장률'…추경이 관건
눈여겨 볼 만한 점은 이번 경제성장 전망치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경이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3% 성장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5년 이후 3%를 넘지 못하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경의 효과를 '3%대 성장률 회복'에 연계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하면 저성장에서 탈출해 3%대 경제 성장을 열 수 있다는 게 경제팀의 전망"이라고 했다.
문제는 추경의 내용과 추진 속도다. 정부가 지난달 7일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은 정부·여당과 야권의 갈등으로 7월 임시국회 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와 관련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은 추경 통과 시점 불확실성을 감안해서 반영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계획대로 집행되면 금년 경제성장률을 추가로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성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는 추경의 편성 내역이나 집행 시기, 집행의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성장세 뚜렷해지면 금리 인상"
향후 경제성장률 전망 추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빠르게 개선되면 한국은행이 현재의 완화 기조를 축소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1.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근 이주열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이날 금통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주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면서 '뚜렷한 경제 성장'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에 통화 정책의 완화 정도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것은 향후 경기 상황의 개선이 뚜렷해지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시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면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서는 금융통화위원들도 인지를 같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