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시되던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사진)이 돌연 용퇴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협회장 연임사례가 거의 없었음에도 차기 협회장 하마평에 오르며 재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 때문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이날 연임 의사가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회장추천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재임기간 금융당국과 소통을 통해 현안 해결을 주도하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배상책임보험 의무 적용 확대 등에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보험업계 출신인 생보협회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방파제 역할과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이유다.
그러나 이번 용퇴 결정으로 손보협회장 인선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전직 관료출신의 연루설이 나오면서 협회장 인선에 '관피아' 문제가 다시 거론될 수 있어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관세청장과 건설교통부 차관을 거쳐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금융분야 공약 개발을 맡기도 했다.
손보협회장은 대대로 관료 출신이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문제가 사회전반으로 불거지면서 2014년 한차례 민간에서 선출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등 정부와 정치권 압력이 거센 상품들을 쥐고 있는 만큼 대관업무를 위해 다시 관료출신 인사를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는 업계를 대변하는 대관업무가 주이기 때문에 관료 출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회장 이외에 현재 하마평에 거론된 인물도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경영실장, 유관우 김앤장 고문으로 모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지낸 관료 출신이다.
때문에 김 회장이 관피아 문제로 용퇴를 결정했다면 차기 손보협회장 인선이 안개 속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12월 협회장 임기만료를 앞둔 생보협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용길 생보협회장은 교보생명 사장, KB생명 사장을 역임한 보험업계 출신으로 예금보험료 인하, IFRS17 연기 등 업계 현안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손보협회장 연임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동시에 연임을 희망했으나 생보사들이 관료 출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연임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차기 생보협회장 하마명에는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진웅섭 전 금감원장 등 역시 관료 출신이 오르고 있다. 특히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은 한나라당 경상북도당 위원장, 사무총장 대행 등을 거쳐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7·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국회의원 재직기간 국토해양위원회, 국방위원회 등을 거쳐 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지내 차기 생보협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손보협회장 인선 결과에 따라 차후 생보협회장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손보협회장 임기는 다음달 5일, 생보협회장은 12월 8일 종료된다. 손보협회 회추위는 오는 27일 2차 회의를 열어 후보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전직 관료 출신으로 기관과) 관계가 엮여 있을 경우 업무 진행에 있어 불편함이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관료출신을 원하는 건 이해된다"면서도 "관피아 문제가 불거져 민간출신 협회장을 뽑은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다시 회귀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는 않게 보여진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