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저축은행 업계 화두는 '디지털'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흐지부지된 중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완화 가능성도 주목할 만한 이슈입니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저축은행 업계 화두는 '체질변화'
최근 SBI저축은행은 노트북 300대를 구입했습니다. 본점 직원 대부분이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해 재택근무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비대면 근무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SBI저축은행은 모바일앱 구축을 위해 전용 업체를 선정하고 최근에는 서버를 증설했습니다. 모바일 앱 서비스 강화에 주력해 온 작업의 연장선으로 근무환경과 서비스내용 모두 모바일 비대면 환경에 맞게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 같은 노력이 고객 유치로 이어진 것일까요. 지난해 9월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자산 규모는 10조8080억원입니다. 자산 6조5171억원 규모의 제주은행을 뛰어넘었습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941억원으로 전년도 전체 순이익(1882억원)을 이미 추월했습니다.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여타 대형사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모바일 앱 상에서 예·적금 계좌 관리는 물론 대출 전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는데요. 높은 수신 금리와 겹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같지 않은 저축은행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사이 높은 장벽을 허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저축은행 업계에 주어진 과제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러한 바람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픈뱅킹부터 인수합병까지…커지는 기대감
올해의 첫번째 과제는 '오픈뱅킹'입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이 오픈뱅킹을 시행하면 앞으로 저축은행 모바일 앱에서 여타 금융기관 계좌를 함께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시중은행 모바일 앱에서 저축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시동을 건 웰컴저축은행 행보도 관심입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신청해 현재 예비허가를 받은 상태인데요. 이달 말 본허가를 따내면 모바일 상에서 투자상품 추천과 소비패턴 분석 등 개인 맞춤별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보증부 상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현재 저축은행 업계는 햇살론, 사잇돌2 등을 취급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SBI, OK, 웰컴저축은행 등 대형사 3곳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소상공인 대상 보증부 상품을 출시한 것처럼 사업 보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최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중소상공인과 서민 금융수요의 증대, 포용적 금융 및 소비자 보호라는 책임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중저금리 자금공급을 통해 중소기업과 서민에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규제완화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인가정책을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난해 초 인수합병 규제완화 등을 포함한 과제를 제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흐지부지된 분위기를 살리려는 취지입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채널 상의 경쟁이 치열해져 생존을 위해선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 밖에 답이 없다"며 "올해 과제를 잘 이뤄내면 저축은행이 서민금융 전문기관이라는 타이틀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