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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의 보험 인사이트]신설 운전자보험 특약의 문제

  • 2021.04.06(화) 09:00

'오죽하면 나왔을까'란 생각을 하다가도 '너무 과하다'란 걱정을 지울 수 없는 특별약관이 등장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은 12대 중과실을 정한다. 많은 손해보험사가 이를 원인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의 상해 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운전자보험 특별약관을 출시 중에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신계약 체결 동력이 없기에 상품 이슈를 만들어 매출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사는 작년 상반기 '민식이 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기존 운전자보험 리모델링을 통한 신계약 수납을 이끌었다. 하반기는 최신 암치료법인 '표적항암제'를 보장하는 특약으로 신계약 수납을 견인했다. 하지만 올해는 별다른 이슈가 없다. 따라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야 신계약 수납이 가능하기에 소비자를 자극할 수 있는 특별약관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해당 특약은 SNS나 대면 상담 시 잘못 설명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우려가 높다. 그리고 '저빈도 고심도'란 보험이 담보해야 할 본질적 위험에서 벗어난다. 이런 걱정을 제외하고도 구조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사법행정력을 낭비할 수 있고, 자동차 및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을 견인할 수 있다. 그리고 보험사기를 유발할 위험도 높다. 끝으로 단기 이슈에만 매달린다면 대면 채널 및 보험 산업의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도모할 수 없다.

약관을 살펴보면 피보험자가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등 12대 중과실 원인으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해당 사고가 최종적으로 검찰에 의해 공소제기(기소유예를 포함)될 경우에만 부책이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배법'의 상해급수에 따라 보험금을 차등해서 지급한다. 자배법 상해 급수 중 상위 급수는 '저빈도 고심도' 위험이 맞다. 하지만 해당 특약은 자배법 상해 급수 12~14급에도 수백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상해 12급의 대표적 예는 경추염좌다. 흔히 교통사고로 목뼈나 허리뼈가 뻐근한 것을 뜻한다. 사실상 경미한 신체피해다. 하지만 이런 피해에도 과도한 보험금을 지급하기에 소비자를 쉽게 현혹시킬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큰 신체피해가 없더라도 해당 특약의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을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의 손해율을 높일 우려가 있다. 또한 피해를 부풀리는 연성보험사기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약관은 12대 중과실 등으로 검찰에 의해 공소제기 되어야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음을 정한다. 따라서 운전자보험의 3대 특약 중 하나인 '운전자벌금'의 손해율을 높일 우려가 있다. 이는 결국 자동차보험 및 운전자보험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

부책 조건의 구조적 문제는 사법 행정의 낭비와 전과자 양산을 야기할 수 있다. 12대 중과실을 원인으로 하는 교통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처벌의 특례'와 '(자동차)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의 특례' 모두에서 예외 조항으로 정한다. 따라서 경찰 조사 후 공소제기되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분이 가능하다. 기소유예를 부책조건으로 두긴 했지만 보험금 청구를 위해 경미피해 교통사고도 무조건 경찰 신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사법 행정이 과도하게 낭비되거나 벌금형 전과자가 다수 양산될 수 있어 걱정스럽다.

살펴본 것처럼 새로운 특약의 등장이 여러 부정적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보험사기 문제는 특별법까지 두어 가중처벌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험금 편취 목적으로 고의사고를 유발하는 경성보험사기도 문제지만 사고 후 피해를 부풀리는 연성보험사기도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특약은 여러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만든다. 향후 감독 당국은 신설 특약을 심의할 때 단순하게 약관만 살필 것이 아니라 부책 조건이 다른 법률 및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을 낭비하고 부정적 승수효과를 일으키진 않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험사 및 신계약 점유비의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대면채널도 자극적 이슈를 생산하고 확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고처리를 위해 보험금이 크게 필요치 않는 저심도 사고에 과도한 보험금을 지급하여 소비자를 현혹한 후 신계약을 견인하는 습관은 대면채널 및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이슈가 없더라도 본질적인 컨설팅을 통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비대면채널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슈에만 집중하여 단기적 성과에만 매달린다면 개별 설계사의 시장 확보 및 컨설팅 능력 하락이 예상된다. 이는 이슈가 있어야만 신계약 체결이 가능한 대면채널의 한계를 불러온다. 대면채널의 강점은 소비자와 긴밀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보험료 효율과 보험금 효용을 높이는 컨설팅 역량에 있다. 하지만 자극적 이슈는 비대면채널이 더 쉽게 신계약 점유비를 장악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에 개별 설계사의 역량하락은 곧 대면채널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보험이 담보해야 할 위험은 발생 빈도는 적지만 발생 시 대규모 손해가 존재해야 한다. 발생 빈도가 높고 피해는 적은 사고에서 과도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의 존재는 당장 신계약 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계약에 목마른 대면채널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하다. 또한 자극적 특약은 컨설팅을 통해 고객 만족을 주는 대면채널의 대체 불가능한 장점을 퇴색시켜 아쉽다. 당장 목마름을 참지 못해 소금물을 마시면 더 큰 목마름이 온다. 보험이 담보해야 할 본질적 위험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김진수 인스토리얼 대표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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