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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지보험 막차 타자"…벌써부터 절판 마케팅 우려

  • 2021.07.20(화) 15:41

[무해지보험, 어찌하오리까]②
'보험료 싼 보험 없어진다' 가입 권유
불완전판매·민원 잇따를 가능성↑

가성비 좋은 무해지보험, 9월엔 없습니다.

해지환급금이 지나치게 낮은 무해지환급금보험(무해지보험)이 단종 수순을 밟으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절판마케팅이 다시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해지환급금이 10%가 안 되는 무해지보험은 보험계약을 해지하면 환급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적게 돌려받는 상품이다. 보험료를 20~30%가량 깎아주는 조건이다.

다만 해지환급금이 지나치게 낮은 무해지보험의 경우 실제 보험을 해지하는 고객이 보험사 예상치를 밑돌면서 일반 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비싸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만기가 다가올수록 해지율이 줄고 보험사 부채와 재무적 리스크가 동반상승하자 고객에게 그 부담을 전가한 것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이를 보험업법 위반으로 지적하며 행정 조치를 예고하자 보험업계는 관련 상품을 정리하기 전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한 요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예를 둔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신계약을 유치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장은 똑같지만 상대적으로 보험료가 더 싼 무해지보험이 이제 없어진다'는 식이다.

보험사들은 주로 종신보험, 치매보험,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 보장성보험을 무해지보험으로 팔고 있는데,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보험료가 싼 어린이보험을 무해지보험으로 대거 팔았던 손보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절판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보험대리점(GA) 관계자는 "해지환급금 50% 미만인 무해지보험은 8월 중순까지만 팔 수 있다는 지침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보험료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워 판매를 서두를 수 있는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지환급금이 거의 없는 무해지보험의 특성 상 민원이나 분쟁 우려는 이미 상존한다. 소비자의 조급증을 자극해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방식은 보험산업의 단기 성과주의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꼼꼼한 사전 예방조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보험사들은 당장 영업위축을 염려하고 있다. 사실상 판매규제가 가뜩이나 정체된 시장을 더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앞서 금융당국은 일부 생명보험사가 무해지 종신보험의 높은 환급률을 앞세워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속여 팔자,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규제를 강화했다. 표준형 보험의 환급률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생보사들의 보장성보험 영업 실적이 줄줄이 급감했다. 동양생명의 경우 올 1분기 보장성 APE(신계약 연납화보험료)가 1473억원에서 11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8% 하락했다. APE는 보험영업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보험에 가입할 여유자금이 없는 소비자들에게 각광 받았던 무해지보험이 서서히 퇴출되는 데 대한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무해지보험은 싼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몇몇 보험사들의 잘못된 상품설계로 전체 보험사의 상품이 수정되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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