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모든 보험사의 무·저해지보험 상품의 보험료가 인상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 '무·저해지보험 관련 해지율 산출 및 적용에 대한 모범규준' 최종안을 공개하고 내년 1월 1일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지난 15일부터 금융당국 지침으로 전 보험사가 해지환급금 10%가 되지 않는 무·저해지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50%를 넘지 않는 상품에 대해서도 판매 자제를 권고한 상태로 사실상 무·저해지보험의 저렴한 보험료 장점이 희석될 전망이다.
무·저해지보험은 납입기간 동안 해지하면 돌려받는 환급금이 일반적인 표준형 대비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대신 보험료가 최대 30% 이상 저렴한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 상품이다.
기존 상품과는 달리 예상 해지율을 적용해 보험료를 인하해 준 것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해지율 가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10% 미만 저해지 상품의 판매중단 사태도 해지율 가정이 잘못돼 보험사의 재무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일부서 무·저해지 보험료를 표준형보다 높게 책정하는 문제가 발생해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5월말부터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모여 무·저해지보험에 대한 합리적인 보험료 산출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진행했다. TF 논의 주요 내용은 무·저해지보험의 핵심요소인 해지율 산출 모델 기준 마련과 수익성 모델 개발이다.
당국은 판매 경과 기간별 해지 건수가 몇 건 이상인가를 파악해 보험사들이 이를 넘길 경우 자체 경험 해지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단 기준을 넘지 못하면 자체 경험 해지율 대신 해외 경험 해지율을 사용해야 한다.
또 앞서 해지율을 잘못 적용해 보험사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문제가 불거진 만큼 수익성 분석 시나리오를 검토해 해지율에 따른 수익성 모델 개발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는 50% 미만 환급형 혹은 그 이상의 상품만 취급하는 등 보험사별로 무·저해지보험 구조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준이 제한되는 만큼 편차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해지 시 환급금 규모가 50% 이상으로 제한될 방침이어서 무·저해지보험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보험료 인하 효과가 크게 희석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무·저해지 보험을 보험사별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었지만 모범규준이 주어지면 특정 기준을 주고 그 테두리 내에서만 상품 개발을 하라는 것"이라며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당국이 먼저 추진한 상품이지만 보험료 절감효과가 낮아져 사실상 무·저해지보험 도입이 의미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저해지보험은 보험료를 완납할 경우 소비자에게 훨씬 이득인 상품인데 소비자보호 명목하에 선택권을 아예 제한하는 측면은 아쉽다"면서 "문제 소지를 줄여간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당국도 문제를 막는데 급급하다 보니 불완전판매 문제를 상품의 장점을 죽이는 측면으로 해결하려는 방향은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내년 무·저해지 상품의 보험료 인상을 앞두고 또다시 대대적인 절판 움직임을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 보험사들은 내년 1월 당국의 해지율 개선 지침에 따라 상품개정 준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