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고많고 탈도 많았던 2021년 한 해 종료를 앞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 한해 국내 금융시장을 되돌아본다. 올해 증권 및 부동산 시장 호황, 가계대출 증가, 기준금리 인상, 가계부채 규제 등 금융시장의 변화가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한국은행의 2021년 '진단서'는 내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해소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하반기 들어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집값 고점론',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감독 강화 등 정부가 연이은 '경고'를 보낸 가운데 시장이 이에 반응했을지 관심이다. 즉 집값 상승세가 안정됐는지, 가계의 대출 증가량은 꺾였는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3일 2021년 12월 기준 금융안정보고서가 발표된다. 금융안정보고서는 한국은행이 매해 6월과 12월 발행하는 보고서로 우리나라의 가계 및 기업 대출 등 신용시장, 채권·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 금융기관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특히 국회에 제출돼 현재 국내 금융시장을 진단하는 자료로 활용되는 등 중요도가 높다.
일단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민간부분의 부채 수준을 나타내는 민간신용/명목GDP비율이다. 이는 가계나 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부터 빌린 돈 등 부채의 합을 을 명목 GDP로 나눠 산출한다.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속도와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의미하는 지표다. 이 비율이 100%를 상회하면 국내 경제 성장속도보다 빚이 더 빨리 늘어난다는 얘기다.
일단 지난 1분기 기준 이 비율은 216.6%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9%나 상승했다. 그간 가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빠르게 늘려온 가운데 주식시장 호황, 가상자산 열풍 등에 합류하기 위해 신용대출도 빠르게 늘려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업 역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리 자금을 쌓아둔 영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 적극 나서며 가계대출의 증가세가 줄어들었지만 상승세가 꺾인 것이 아니었고 기업의 자금조달도 여전히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3분기 실질 GDP도 전기대비 0.3%성장하는데 그치면서 작년 2분기 -3.2%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목표인 연간 GDP 4% 성장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되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는 국내 민간의 빚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사실에 대해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좀 더 촘촘한 가계 및 기업의 부채관리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한국은행 역시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함께 나서는 긴축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보고서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이후 가계의 대출 취급 현황과 시사점까지 같이 발표되는데, 금융당국의 강력한 조치가 영향을 발휘했다는 보고가 나올 경우 금융당국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에 대해서는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이와 함께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은 한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진단이다.
일단 지난 6월 한은의 진단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매매거래량 감소, 임대차 3법의 시행이 자리 잡음에 따른 전월세 가격 상승세의 둔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택 가격의 상승세와 전월세가격의 상승세가 올해 하반기에도 여전히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졌다는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중요한 점은 부동산에 국내 금융시장 자본이 얼마나 투입됐는지다. 즉 은행에서 공급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얼마나 흘러갔는지다. 지난 3월말 기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금융기관 및 보증기관의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여신과 금융투자상품 합계)는 234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2% 증가했다.
특히 이중 가계여신이 1198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51.1%에 해당한다. 즉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투입된 자금중 절반 이상은 가계가 부담했다는 얘기다. 올해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금리인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은 보통 혼합형(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동시에 사용)과 변동금리형 두가지로 나뉘는데, 혼합형의 경우 시장금리 상승이 빠르게 반영되지는 않지만 변동금리형은 빠르게 반영된다. 금리인상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증가했을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방증하게 된다. 이 규모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의 대출 부실화를 막기 위한 방안을 추가로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