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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행진, 금리 끌어올렸다…그럼 가계빚은?

  • 2022.04.14(목) 15:36

한은, 기준금리 1.50%로 인상
물가 상승 압력 강해…총재 부재에도 대응 나서
미 연준 금리인상 선제 조치…가계빚 부담 증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1.5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했다.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억제함과 동시에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창용 한은 총재가 강조해온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점 역시 영향을 준다는 평가다. 1800조가 넘어선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혀 가계가 부채를 갚아나가도록 하는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1.50%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통위는 지난달 31일 이주열 전 총재가 퇴임한데다가 차기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자의 청문일자가 19일로 정해지면서 한은 총재가 참석하지 않는 회의로 진행됐다.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주상영 금통위원이 대행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한은, 고물가에 금리인상 카드

이날 금통위가 금리인상에 나선 이유는 상승압력이 거세진 물가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높다. 

최근 통계청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랜기간 이어져 오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좀처럼 회복되고 있지 않은데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한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해진 모습이다.

이에 한은은 지난 5일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물가를 점검했다. 한은은 당시 회의에서 4%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고물가 행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한은의 최대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은 연간 2%를 물가안정목표로 두고 있다. 그런데 물가 상승 압력이 지나치게 강한 상황인 만큼 기준금리를 올려 이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주상영 금통위원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오늘은 물가 상방 리스크에 좀 더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상승세가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 중요 근거가 됐다는 얘기다.

여기에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한번에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점 역시 이날 기준금리 인상의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격차를 벌려두기 위해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주상영 위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가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은 "미국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 환율 상승 압력과 자본 유출 압력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경제 성장세가 여전히 양호하고 물가도 높지만 다른 주요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도 계속 이어지고 정부부채 비율도 양호하다"며 "기초체력이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가계, 이자 부담 커진다…'갚는 기조' 강해지나

일단 고물가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전에 올렸다는 분석이지만, 가계가 짊어진 1800조원이 넘는 부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80%가량이 시장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 상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만큼 가계 부채 중 상당수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기준금리 이전에도 은행 대출 금리 산정시 벤치마킹 금리가 되는 채권금리들이 최근 급등했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일례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시 대출금리 상단이 6%선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일단 15일 발표될 대출금리의 근거인 코픽스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선반영이 이뤄질 것이고 이러한 추세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의 최상단이 7%까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높아진 금리때문에 가계가 빚을 빌리기 보다는 갚는 추세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말한 "금리를 통한 가계부채 연착륙"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매달 고정비용으로 나가는 이자부담이 커질 경우 가계가 대출을 받기 보다는 갚아 나가는 추세가 더욱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올해 초에는 정부의 규제로 인해 가계가 대출을 갚았다면 앞으로는 이자부담때문에 갚아나가는 형태가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2년 3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3월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은 1059조원으로 전달 대비 1조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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