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하나금융지주를 넘어서면서 3등 금융지주 자리까지 꿰찼다.
경쟁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금융투자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증권, 보험사들의 순익 증가세가 꺾이며 지주 전체의 실적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금리인상기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은행이 지주 전체 순익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지 않았던 게 오히려 약이 됐던 셈이다.
보험·증권 없던 포트폴리오가 도움
22일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9222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분기기준 최대 규모의 순익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1조7614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2분기 우리금융지주가 9222억원의 높은 순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맏형 우리은행의 역할이 컸다. 우리은행은 올해 2분기 838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지주 순익의 80%가량을 책임졌다.
우리은행이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출 영업이 단계적으로 정상화 된 데다가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금리상승기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우리은행의 올해 2분기 대출잔액은 296조4850억원으로 지난 1분기 291조4960억원 보다 1.7%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이자이익은 1조7960억원으로 지난 1분기 1조6850원보다 6.6% 늘었다.
대출자산이 늘어남과 동시에 대출금리도 상승하면서 순이자 마진은 올해 2분기 1.58%를 기록하며 지난 1분기 1.49%보다 0.09%포인트 개선됐다.
비은행 계열사의 경우 희비가 엇갈렸다.
여신사업이 핵심인 우리금융캐피탈의 경우 은행과 마찬가지로 금리상승기라는 호재를 업고 순익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캐피탈의 올해 2분기 순익은 760억원으로 지난 1분기 490억원보다 55.4%나 늘어났다.
그간 우리금융지주에게 꾸준한 순익을 안겨주던 우리카드의 경우 2분기 순익이 전 분기에 비해 반토막났다. 우리카드의 올 2분기 순익은 480억원으로 지난 1분기 860억원 대비 44.2%나 빠졌다.
올해 2분기 들어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 조달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련기사 : 요율인하에 조달금리까지 상승…카드사는 웁니다
가장 주목할 점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익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증권사와 보험사는 사업 특성상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갈린다. 올해 2분기에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이들을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금융지주의 경우 실적 성장이 1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일례로 KB증권의 경우 올해 2분기 677억원의 순익을 올렸는데 이는 전분기 1143억원과 비교해 40.8%나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동기 1533억원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도 올해 2분기 846억원의 순익을 내며 순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두 증권사는 약 1000억원 가량의 순익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직원 일탈은 '옥의 티'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상반기 최대실적을 경신했음에도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는 4월 적발 됐던 우리은행 직원의 일탈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우리은행은 한 직원의 600억원대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한 것을 적발했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회수하지 못하면서 이를 1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우리은행이 765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횡령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이를 반영해 실적 정정공시를 낸 바 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도 이 부분이 반영돼 1분기 우리은행의 순익은 7160억원으로 정정됐다.
차후 수사 진행과정에 따라 횡령금액이 회수된다면 복구가 가능하겠지만, 해당 횡령이 10여년 동안 오랫동안 진행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회수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태승, 금융당국·주주 마음잡기 나섰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직접 참여해 금융당국과 주주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날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분기 330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리상승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함에 따라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아달라는 주문에 화답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이번 분기에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라며 "이를 통해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했고 앞으로의 대외여건 악화시에도 충분한 대응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2분기에 3308억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면서 우리금융지주의 충당금 총계는 2조2130억원으로 늘어났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현상 등에 따른 복합경제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적극적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 성장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꾸준히 마련하겠다며 주주 마음 잡기에도 나섰다.
손 회장은 "이번 주당 150원의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주주환원정활동도 추진할 것"이라며 "이해관계자 상생 경영활동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손태승 회장은 이달초 책임경영과 주가부양 의지를 내비치기 위해 자사주 5000주를 추가 매입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이후부터 줄곧 자사주를 사들여왔다. 현재까지 총 19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그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주식 수는 11만8127주다. ▷관련기사 : '주가부양 의지' 자사주 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