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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은행, 뭐 먹고 사나]③씀씀이도 더 커진다

  • 2022.11.22(화) 10:42

인력 줄이고 점포 줄여도 매년 늘어나는 판관비
'호실적'에 임금 늘고 퇴직보상 총액도 증가
내년 비용 증가요인…이자에 직원까지 챙겨야

위기의 2022년 끝자락이 다가오면서 은행은 내년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고 실적의 원천이었던 이자이익은 연이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져 기대를 키우기 어렵다. 여태껏 내어준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도 커졌다. 반면 나가야 하는 비용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수익성 부진에 대응하며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한 해 숙제다. [편집자]

가계부를 보며 매년 늘어나는 지출에 한숨을 쉬는 것은 일반 가계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은행들 역시 매년 나가는 돈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늘어나는 인건비에 새로운 인프라 투자까지 돈 들어갈 곳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내년 역시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도 지출은 늘어날 전망이다. 

허리띠 졸라매도 매년 느는 판관비

올해 들어 3분기 말까지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판매관리비로 10조5511억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5%가량 늘어난 것이다. 은행들의 판매관리비는 매년 증가세다. 지난 2020년 이들 은행의 판관비는 13조7451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4조3438억원으로 4.3%늘었다.

올해 4분기 집계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통상 4분기에는 희망퇴직 등 퇴직자들의 퇴직 비용을 정산해야 해 인건비가 대폭 늘어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이들 은행의 판관비는 1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들은 최근 임대료 절감을 위해 '한지붕'에 같이 세 들어 사는 낯선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사진은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공동점포 전경. /사진=하나은행 및 우리은행 제공

욕 먹으며 인력도 점포도 줄였는데…

은행들은 판관비를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가장 애를 써온 부분은 판관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절감이다. 명분도 있었다. 스마트폰 등으로 은행 업무가 디지털화하면서 필요한 인력과 점포 수가 줄어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임직원 수는 지난 2020년말 11만8425명에서 올해 2분기말 기준 11만3899명으로 4526명 줄었다. 1년 반 사이 직원수가 3.8% 감소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이후 사세 확장과 함께 인력을 늘린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은행의 인력 감소 속도는 더 빠른 셈이다.

점포 수는 2020년 말 6599개에서 올해 2분 말에는 6126개로 줄어들었다. 1년 반 만에 은행 점포의 7.2%가량이 사라진 것이다. ▷관련기사: 코로나 2년새… 5대은행 점포 '열에 하나' 사라졌다(3월30일)

이 과정에서 사회적 비판을 듣기도 했다. 가장 돈을 잘 버는 은행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또 노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마저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결국은 '사람'이 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판관비 증가는 인건비 영향이 가장 컸다. 가장 적극적으로 절감 노력을 한 비용임에도 그랬다. 많은 이익을 내다보니 직원들에게 내줘야 할 급여와 성과급도 함께 늘었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인건비 총액 감소까진 닿지 않고 증가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 그치는 것이다.

임금 인상은 퇴직 보상 비용의 증가로도 이어졌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일반 시중은행은 통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과는 별도로 3~4년 치의 임금이 지원금 및 위로금 등 보상 형태로 지급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정년을 채우려는 수요가 최근 늘어나 연간  희망퇴직 보상비용은 약간 줄어드는 추세"라면서도 "다만 인당 지급하는 퇴직 보상비용은 기본 임금 상승 등의 영향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업의 '디지털화'도 직원 1인당 인건비를 늘리는 요인이다. 고임금 직군인 정보기술(IT) 계열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어서다. 인력은 줄이지만 새로 뽑는 인력에게 나가는 월급봉투는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직원들의 복지에 지출하는 돈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20개 은행의 복리후생비는 지난 2020년 말 8995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9614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4859억원이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인데, 통상 하반기에 복리후생비 지출이 상반기보다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은행 관계자는 "요즘 IT 인력 임금은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 등을 중심으로 올랐기 때문에 은행 역시 이에 맞춰야 한다"며 "아울러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시 되면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도 탄탄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복리후생비도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내년 나가는 돈, 더 늘어날 듯

내년에도 은행의 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수신고객들에게 내줘야 하는 이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이자) 비용이 늘어난 것이다.

그간 은행들은 금리가 0%에 가까운 저원가성수신으로 전체 수신의 절반 가량을 채웠다. 그런데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치솟자 저원가성수신에 몰렸던 돈이 이자가 붙는 예금과 적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주요 은행들의 저원가성수신은 전분기 대비 7%가량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 돈들은 고스란히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저축성수신(예금·적금)으로 이동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똑똑한 금융소비자들이 묵혀뒀던 자금을 예금과 적금에 가입하는 모습"이라며 "저원가성 수신이 줄어들고 수신상품의 금리가 오르면서 내년에 나가야 하는 이자비용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판관비를 줄이기는 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은행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둘 전망이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말 기준 국내은행의 당기순익은 15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조7000억원과 비교해 4.8%늘었다.

자연스럽게 노동조합 측에서는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다. 다른 한 은행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는 최대 실적에 걸맞는 성과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 9월 금융노조는 임금 5.2%인상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총파업에 나선 바 있다. ▷관련기사 : 명분도 실리도 못챙긴 금융노조 총파업(9월17일)

이 외에도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발맞추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는 내년 대환대출 플랫폼,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금융지주 계열사 앱 통합 등 투자 요인이 널려 있다.▷관련기사 : 문 열린 온라인 대환대출, 은행·핀테크 '동상이몽'(11월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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