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유명 웹툰작가들이 무더기로 조세불복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웹툰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던 유명 웹툰작가들이 현재 조세불복 행정심판을 제기중"이라며 "전체 불복가액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탑클래스 웹툰작가 중 절반 가량이 조세불복 절차를 진행중이며, 그중에는 인기웹툰 '여신강림'의 야옹이 작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의 조세불복을 진행하는 세무대리인은 국내 조세심판 부분 1위 실적을 자랑하는 삼일회계법인이다.
실제로 야옹이 작가는 지난해 11월~12월에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국세청도 지난 2월 유명 웹툰작가와 연예인 등 신종업종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세청은 당시 웹툰작가 등 18명이 법인을 통해 저작권을 무상이전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분산, 탈루한 것으로 보고 부가가치세 등을 대거 추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작가들은 일부 비용처리 부분에서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저작물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작가들의 조세불복 핵심 쟁점도 전자출판물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여부다.
"출판물이면 면제 아닌가요?"
기본적으로 작가 개인이 직원고용 없이 자체제작한 웹툰은 인적용역서비스로 부가가치세 면제대상이다. 개인이 만든 웹툰을 공급하고 받은 대가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신고납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을 통해 저작물을 공급한 경우에는 부가가치세 과세용역으로 부가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지난 연말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은 유명작가들은 모두 법인을 설립했고, 법인을 통해서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에 웹툰을 공급했다.
따라서 부가세 과세대상 거래를 한 것이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아야 하지만, 면세거래로 판단하고 세금계산서 거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탈세라는 것이 국세청의 과세논리다.
그런데 작가들은 본인들이 설립한 법인은 출판업종으로 등록돼 있고, 부가세 면제대상인 출판물을 공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도서, 신문, 잡지 등과 같은 출판물은 부가가치세 면제대상 재화이고, 웹툰도 전자출판물로서 부가세 면제대상 재화에 해당한다.
"플랫폼이 아닌 작가가 ISBN 가져야"
그런데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출판물이라는 근거가 오히려 작가들의 발목을 잡았다.
웹툰과 같은 전자출판물의 경우 콘텐츠산업진흥법에 따라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인증하는 식별번호나 도서관법에 따른 국제표준자료번호, 즉 'ISBN'을 받은 경우에만 부가세 면제대상인 전자출판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출판업 등록과 함께 연재물마다 ISBN을 발행해 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작가들도 많다.
실제로 야옹이 작가의 경우 ISBN 발행을 받지 않은 문제로 과세 대상이 라는 판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옹이 작가는 최근에서야 '여신강림' 연재물에 ISBN을 발행받았지만, 연재물이 최초 만들어졌던 시점으로의 소급적용은 안 된다는 것이 국세청의 입장이다.
ISBN 발행주체가 작가가 아닌 플랫폼에 있는 경우도 문제다.
일부 작가들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을 발행인으로 해서 ISBN을 발급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플랫폼이 아니라 작가가 설립한 출판법인에서 ISBN을 발행해야만 부가세 면제 대상인 출판물로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유명 웹툰 '외모지상주의' 박태준 작가와 같은 경우 다른 작가들과 함께 지난해말 세무조사를 받았지만, 플랫폼과 작가법인 양쪽에서 ISBN을 발행, ISBN 과세쟁점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은 누가 가지고 있나
웹툰 저작권의 소유권 문제도 쟁점이다.
저작권은 최초 웹툰을 제작한 작가 개인이 갖고 있는데, 법인을 설립해 출판업을 하는 경우에는 작가의 저작권을 법인에 양도하거나 이용을 허락하는 저작권 거래가 발생한다.
웹툰 작가가 법인으로 출판업을 등록해 ISBN을 발행하고 전자출판물을 공급한 경우, 전자출판물 공급 자체는 부가세 면제대상이더라도 저작권의 거래에 대해서는 과세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더구나 일부 작가들은 웹툰 전자출판물의 저작권을 네이버나 카카오가 갖는다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저작권과 저작권의 공급, 저작권의 사용에 대한 권리관계가 복잡한 것이다.
웹툰시장이 현재 1조5000억원 규모로 커졌지만, 불과 10년 안팎의 짧은 시간에 형성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 있다.
이와 관련 웹툰작가를 세무대리했던 한 세무사는 "웹툰이 일반 출판물과는 실질이 다르지만 기존에 있는 규정으로 분류, 과세가 이뤄지다보니 작가나 세무대리인들조차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국세청도 한 번은 거쳐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종전에 고수익 유튜버가 급격하게 늘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시범적인 과세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