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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짐 떠안은 국세청, 마른 수건 쥐어짜나

  • 2023.05.25(목) 07:00

[세수입 비상]④세수확보 총력, 운신 폭은 좁아
사후검증 압박으론 역부족, 재정정책 불가피

국세청 /일러스트=김용민 기자 kym5380@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국세청이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등 세수구멍을 매우기 위한 조치가 요구되지만, 이런 조치들은 국회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행되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린다.

따라서 보통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숨은 세원을 찾는 일을 가장 우선한다. 새는 돈, 불필요한 돈을 찾는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어떻게든 돈이 나올 구멍을 찾는 일을 병행한다. 이렇게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일에 앞장서는 곳이 바로 국세청이다.

체납세금부터 건드려 보지만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것은 체납세금이다. 체납세금은 당연히 걷었어야 할 세금인데, 여러가지 사정으로 걷지 못한 세금이다.

세수입 위기를 직감한 기획재정부가 최근 징세기관을 다그치기 시작한 명분도 바로 체납세금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7일 김창기 국세청장과 윤태식 관세청장을 직접 불러 체납세액 정리를 강력하게 주문한 것이다.

국세청은 즉각 고액상습 체납자들에 대한 재산추적조사 내용을 발표하면서 체납정리의 의지를 다졌다. 557명의 조사대상 규모까지 거론하며 징수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체납정리 성과에 대해서는 국세청 내부에서조차 의문이 따른다. 체납세액 징수가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마다 명단을 공개하고 있는 고액상습체납자 수가 줄지 않고 불어만 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실제로 국세청이 징수하지 못한 체납세금은 지난해말 기준 102조5000억원에 이르지만, 이중에서 국세청이 징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는 '정리중' 체납액은 15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체납자의 소재를 알 수 없거나 재산이 없어서 사실상 징수가 어려운 체납으로 분류된다. 정리중으로 구분된 체납도 정리될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작년에 국세청이 체납세금 추적조사로 확보한 조세채권도 2조5000억원 규모에 이르지만, 이 또한 상당수는 채권을 확보했을 뿐 실제 국가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금의 징수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세무조사 줄인다고 여러번 말했는데

그렇다고 예전처럼 세무조사의 칼을 휘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세쳥은 시스템 전산화와 빅데이터 활용 환경을 근거로 해마다 세무조사 규모를 축소하고, 징수기관에서 서비스 기관으로 변모 중이다.

가장 위협적인 무기인 세무조사만 보더라도 그 규모와 내용의 변화가 눈에 띈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코로나 이전 5년간(2015~2019년) 평균 1만6603건이었다가 코로나 기간인 2020년~2021년에는 평균 1만4322건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조사건수를 1만4000건으로 더 줄였고, 올해 다시 1만3600건만 조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세무조사 목표치는 역대 최소수준이다.

세무조사 절차와 내용도 부드러워졌다. 압박감이 큰 현장조사기간은 줄이고 자료요구도 최소화했다. 올해부터는 조사과장이나 조사국장이 납세자와 직접 소통하는 절차도 마련했다.  

최근 국세청의 업무가 징세보다 세정서비스에 더 집중돼 있다는 점도 국세청 행동반경을 좁힌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등 복지세정의 대상자가 급증하면서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고, 신고납부세금에 대해서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신고서를 미리 채워주고, 환급금을 알아서 계산해주는 식의 '서비스'업무를 확대하고 있다.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과거처럼 마른 수건을 짜내기에는 조직구성이 많이 바뀌었고, 정책적으로도 그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2014년 박근혜 정부 세수결손 때, 세수실적을 끌어올렸던 사전안내와 사후검증(신고내용 확인)이 보다 촘촘하게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국세청에서 수집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더 다양하고 정확해졌고, 인공지능까지 활용한 전자세정 고도화로 신고납부세금에 대한 검증이 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도 조단위의 세수결손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궁극적으로는 징세기관의 세정활동이 아닌 재정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지금의 세수결손 우려는 경기불황에서 기인한 것으로 징수기관이 나서서 인위적으로 세수를 부양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크지 않다고 보여진다"며 "아직 추경은 조심스럽지만, 정부에서 재정지출을 조정하는 쪽으로 정책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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