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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이라 괜찮아?]내 모임통장이 대포통장으로 '악용'된다니

  • 2024.03.25(월) 13:00

쉽게 만드는 인뱅 모임통장, 범죄 악용…대포통장도 '비대면'
사전 예방조치 미미 지적도…은행 '사후관리'에 더 집중

금융회사가 핵심 대고객 채널로 밀고 있는 비대면 채널의 가장 큰 장점은 쉽고 빠르게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쉽고 빠르다는 점은 악용의 소지를 키웠다. 각종 범죄에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대면 채널에서 금융 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는 일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에서는 방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편리한데…범죄에 노출도 쉬워

금융감독원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들에 '경고'를 날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핵심 상품 중 하나인 '모임통장'에 대한 경고였다.

금감원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임통장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봤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모임통장 개설이 쉽게, 그리고 많이 개설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했다. 

통상 은행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기는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신분확인은 물론 계좌를 만드는 목적, 수입원에 대한 증빙 과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하나의 은행에서 계좌를 발급한 경우, 1개월 가량은 타행에서도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무분별하게 계좌를 만들어 이를 범죄 조직에 판매해 대포통장으로 개설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다.

반면 모임통장의 경우 이러한 횟수 제한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범죄조직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면서 활용하기에 용이했다.

모임통장 뿐만 아니라 일반 계좌를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악용되고 있다. 비대면 계좌 개설의 경우 사용자의 신분증과 신용카드 정보 등 파악이 용이한 개인정보 두가지 정도만 있으면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찰 한 관계자는 "대포통장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의 대포통장은 노숙인 등으로부터 신분증을 산 이후 모바일 뱅킹 등을 통해 개설되는 경우가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계좌를 거래했다면 이제는 신분증만 거래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영업점에서 계좌를 만들 경우 이러한 도용을 방지할 수 있지만 비대면은 이러한 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전 예방보다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은행

비대면 채널이 범죄에 쉽게 악용될수 있다는 점은 은행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전예방'보다는 '사후관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이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고객을 신규 유치할 때에는 금융당국이 제시한 절차 중 두 가지만 충족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의 디지털 금융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대면 가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 △신분증 사본 제출 △보안카드 등 접근매체 전달 과정 확인 △기존 금융거래 계좌 활용 △바이오 인증 등 두가지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타 기관 인증 확인 결과 활용 △휴대전화 인증 등을 통한 개인정보 검증 등 두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은 고객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인증에 더해 기존계좌 활용을 조합해 고객의 신원을 특정한다. 이 외 절차는 지난 2015년 이후에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신분증 촬영 시 진위여부 확인 등 일부에서만 시스템을 고도화 했을 뿐이다.

은행들은 현재 이상거래감지시스템(FDS) 강화 등에 지속 나서면서 금융서비스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타인의 명의를 구해 쉽게 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악용할 수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인데 이에 대해서는 개선된 부분이 없어 보인다"라며 "화상통화 등을 강제하면 비대면을 통한 도용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지만 은행들은 이를 강제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관계자는 "사실 비대면 채널의 핵심은 쉽고 편리함인데 화상 통화 등의 인증 절차를 추가하면 고객들의 불편함이 가중된다"라며 "비대면 채널 활성화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시기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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