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自殺) 및 자사(自死)와 관련된 보험금 지급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 간부의 제언이 나왔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준교 금감원 상품심사판매분석 국장은 '2023년 손해보험 분쟁 관련 주요 대법원 판결 및 시사점' 제목의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고문은 손해보험협회 간행물인 '월간손해보험' 2월호에 실렸다.
이 국장은 14년 전부터 우울증 진단을 받고 진료를 받다가 2019년 망인이 된 A씨가 대법원에서 자사 판단을 받은 사례를 제시하며 "최근 3년여 동안 대법원 판결 경향을 보면 자사의 인정범위가 과거에 비해 다소 확대됐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보험의 보장과 보상은 우연과 불확실성에 기초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보험약관을 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즉 자살을 면책사유로 하고 있다. 하지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자사)에 대해선 보험금을 주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피보험자의 사망이 고의가 없는 정신적인 장애 상태에서 발생했을 것이란 추정에서다. 다만 생명보험의 경우 '계약의 보장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도 사망보험금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 국장은 "자사 인정범위가 확대되는 경향은 보험계약을 통한 유족 보호 측면을 더 고려한 판결 태도로 평가한다"면서도 "전체 위험단체(보험가입자)가 부담하는 보험료 수준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시사한다"고 짚었다. 자살인지 자사인지 여부를 따지기 위한 소송 사례 증가는 고유의 위험 보장이 아닌 사업비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또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우울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향후 분쟁(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지난해 말 나온 '영국의 생명보험계약상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자살에 대한 연구' 논문을 소개했다. 여기엔 △영국과 같이 일정 기간을 정해 그 기간 내의 자살과 자사는 모두 면책(보험금 부지급)하고, 면책 기간 경과 후에는 자살인지 자사인지를 따지지 아니하고 보상하는 방안 △자살과 자사를 언제나 부담보(비 보장)로 하되 보험료를 할인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 △보험계약자에게 자살담보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실렸다.
그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축적됐음에도 여전히 불명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과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주관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다 전향적이고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