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2022년 3분기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1위를 바탕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기업은행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행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8.5% 증가한 7845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022년 3분기(7963억원)에 못지 않은 숫자다.
기업은행은 코로나19 기간 중소기업 금융 지원 등으로 대출 자산을 늘렸고, 이후 이자이익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해 4분기에는 민생금융 지원방안(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환급) 등 일회성 비용으로 주춤했지만 올 들어선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배상으로 1분기 충당부채를 실적에 반영하며 직격탄을 맞은 반면 기업은행은 홍콩 ELS 사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돋보인 이유로 꼽힌다.
실제 1분기 기업은행 순이익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지 않다. 기업은행 순이익은 홍콩 ELS 관련 충당부채를 가장 크게 반영한 KB국민은행(3895억원)과 NH농협은행(4215억원)보다 많고 우리은행(7897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기업은행 성장을 이끈 것은 단연 중소기업대출(중기대출)이다. 기업은행 1분기 말 기준 중기대출 잔액은 237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5000억원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끌어올린 23.31%로 부동의 1위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대출의 꾸준한 성장과 충당금 감축으로 대외 변동성 확대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마냥 웃을 순 없는 게 현실이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지속으로 경영상 어려움이 지속되며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기준 0.6%로 1년 전보다 0.21%포인트 올랐다.
이에 금융위는 중소기업 애로사항 점검 협의체를 설치해 중소기업 자금 상황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가산금리를 2년 유예하는 프로그램을 확대 제공하는 등 정책금융 역할을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이 이자이익 및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연결기준 기업은행 이자이익은 1년 전보다 1.5% 증가한 1조977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비이자이익은 69.5% 감소한 835억원에 그쳤다.
은행 별도 기준으로는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기업은행 별도 순이익은 71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7% 증가했다. 자회사 중에선 IBK캐피탈과 IBK투자증권이 각각 13.9%, 15.9% 늘어난 501억원과 26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기대출 의존도가 큰 만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1분기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12%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연체율도 0.2%포인트 상승한 0.81%에 달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상승했지만 대손충당금 규모가 축소돼 대손비용률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0.42%포인트 감소한 0.39%를 기록했다"며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가치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