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마음인 거죠"
최고 800%까지 치솟은 반려동물(펫)보험 시책 경쟁에 대한 손해보험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거예요. 펫보험은 시장성은 높지만 제도 개선이 따라주지 않아 보험사 간 온도차가 뚜렷한데요. 판매액은 급증하고 있지만, 손해율 우려 등으로 적극적인 판촉이 어렵다고 합니다.
최근 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이 벌이는 펫보험 시책 경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시책은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 외 수당을 말합니다. 일정기간, 특정 상품을 집중판매하기 위한 인센티브 지급인데요. 펫보험의 경우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에 우르르 끓기보단 앞사람이 끌면 뒷사람이 따라가는 구조라고 하네요.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엔 메리츠화재(700%)·현대해상(700%)·KB손보(300%)가 고시책을 내걸었고요. 이달엔 현대해상을 제외한 DB손보(800%)·메리츠화재(700%)·KB손보(700%)·삼성화재(600%) 등이 파격 시책을 알렸죠. 예컨대, 700% 시책을 약속한 메리츠화재에서 이달 월납보험료가 4만원인 펫보험 하나를 팔면 다음 달 판매 수수료와 함께 시책 28만원이 들어온다는 얘깁니다. 같은 기간 100~200%인 인(人)보험과 비교하면 7배나 높은 수준이죠.
보험업계는 펫보험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펫보험을 판매하는 11개 손보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거둔 원수보험료는 468억5000만원으로 2022년 말 287억5000만원보다 62.9% 급증했고요. 보유한 계약 건수는 총 10만9088건으로 전년 7만1896건 대비 51.7% 늘었습니다.
높은 성장세지만 절대적인 규모는 그리 커지지 않았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이 799만마리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률이 1.4%에 불과하니까요.
성장성이 크지만 손보사들은 펫보험 대량 판매를 꺼리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팔았다가 손해율 등 위험 관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 있거든요. 동물병원은 같은 질병이라도 병원별 진료 항목이나 가격이 천차만별이랍니다. 진료 정보가 표준화되지 않았대요. 그래서 보험사들은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렵고 보험금 내주기도 까다롭죠.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담보도 큰맘 먹고 출시해야 하니 회사별로 차별화된 상품도 별로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가입자들도 만족스러운 보장을 기대하기 힘들죠. 정부가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동물진료 권장 표준 제정안 고시 △펫보험 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 등 제도 개선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치과·중성화수술 보상 안돼"…슬기로운 펫보험 활용법(4월20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펫보험 주도사인 메리츠·DB가 공격적으로 할때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요청을 많이해 눈치를 보며 다른 회사들도 시책을 올리는 것"이라며 "자칫 무분별한 시책경쟁으로 보일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및 관련 제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과잉진료로 동물병원만 돈을 벌고 보험사 손해만 누적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