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실손24' 시스템이 공식 출시됐다. 실손24는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간소화 서비스다. 로그인 후 보험계약 조회, 병원 선택, 청구서 작성 절차를 거쳐 보험금을 청구하면 된다. 진료비 계산서와 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 등의 서류가 병원에서 보험사 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앞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길병원 등 33개 병원에서 시범 운영을 했고, 오늘부터 공식 오픈했다. 지금은 오늘 이후 진료만 청구할 수 있지만, 앞으론 3년 이내 진료기록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 4명 중 3명이 가입
실손24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실손보험의 영향력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3997만명으로 국민 4명 중 3명이 가입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 수(5145만명)의 78%에 달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수식어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작년 보험업법이 개정되며 가능해졌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뒤 의료계 등의 반대를 거쳐 작년 10월 14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병상 30개 이상 병원을 시작으로 내년 10월25일부터는 일반 의원과 약국에서도 시행된다.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가 번거로워 보험금을 포기한 수많은 가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실손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은 보험금은 3211억원에 달한다. 2022년 2512억원에서 28% 늘었다.
청구를 포기한 건 주로 소액이라서지만, 귀찮거나 바빠서 청구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청구 절차 간소화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이 실손보험 가입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38%가 보험금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포기 사유는 △보험금이 소액이어서(80.1%) △귀찮거나 바빠서(35.9%) △보장 대상 여부가 모호해서 13.9% 등이었다.
당장 2.7% 병원만 참여…참여율 확대 숙제
보험업법상 이날부터 청구 간소화를 시행해야 하는 병원은 7725곳이다. 이중 참여를 확정한 병원은 54.7%지만, 즉시 시행할 수 있는 곳은 2.7%(210곳)에 불과하다. 시작도 전에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맡은 보험개발원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를 중심으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개발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산화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EMR사는 총 27곳이다. 이 업체들의 고객인 병원이 모두 실손24에 합류하면 참여율이 69.2%로 올라간다.
금융당국 역시 시행을 앞두고 막바지 참여율 높이기에 한창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보험사 CEO 등과의 간담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최우선으로 직접 챙기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간 병원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에 대해 "숫자가 상당히 개선될 여건을 마련해 가고 있다"며 "25일에는 부족한 상태로 시행될 수밖에 없지만, 내년 시행 과정에선 차질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서비스가 시작되면 의료계의 참여가 차차 늘 것으로 내다본다. 번거로운 종이 서류 발급이 필요 없고, 환자의 편의가 증가하는 등 병원에서 얻는 장점 또한 뚜렷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작 전엔 의료계가 이런 저런 이유로 반대했지만, 막상 환자들이 전산 청구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되면 더이상 참여를 미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