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금융위원회 출신 윤동욱 전 서기관을 경영전략실 담당 임원으로 영입했다. 앞서 한화생명에 합류한 이한샘 상무 역시 금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거친 인물로, 윤 상무와 이 상무 모두 금융정책과 개인정보 보호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생명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헬스케어 사업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도 규제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금융위·개보위 거친 전문가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달 초 경영전략실 담당 임원(상무)으로 윤동욱 전 금융위원회 서기관을 선임했다. 윤 상무의 임기는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다.
윤 상무는 1981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행정고시 51회로 공직에 입문해 국토해양부, 금융위 국제협력팀·금융제도팀·금융정책과·산업금융과·전자금융과·은행과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도 데이터안전정책과장으로 있으며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이한샘 상무 역시 금융위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 관료 출신이다. 이 전 상무는 198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부, 조지 워싱턴대학교 비즈니스스쿨 회계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 상무는 감사원 전략감사본부 기획행정실 이후 2010년부터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자산운용과·위원장실·중소금융과·산업금융과·금융혁신과 등을 거쳤다. 윤 상무처럼 개보위에 파견을 나가 가명 정보 활성화와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도 담당했다. 이 상무는 최근 기획 업무와 관련한 타 부서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금융당국 출신 인재 영입 기조 바뀌었다
보험사의 금융당국 출신 인사 영입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보험업권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금융위나 금융감독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영입해 금융당국과 소통을 원활히 하고 외풍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 출신은 내부통제에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에 감사, 대관 자리에 1순위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가 바뀌며 다양한 분야에서 중용이 이뤄지고 있다. 보험사가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금융당국의 정책을 고려해 이를 경험한 인물을 영입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이유다.
또 과거에는 금융당국 실무단에서 이동하는 인력이 거의 없었지만, 공직 생활에 한계를 느끼는 임직원들이 늘며 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에 대한 전문성은 업무를 맡은 실무진이 더 높다는 평가가 많아 기업으로서는 효율성이 높은 영입"이라며 "급여 등 현실적인 처우를 생각하는 금융당국 임직원들의 수요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I·헬스케어 사업 확장 고려 '전략적 행보'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의 윤 상무 영입을 두고 금융 및 데이터 규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역량을 더욱 키우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보험업권에서 데이터 활용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영입해 규제 대응과 신사업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윤 상무와 전임자인 이 상무는 금융정책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에도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생명이 데이터 기반 디지털 혁신을 꾀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영입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앞서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 국내 보험사 중 가장 빠르게 빅데이터 태스크포스(TF)팀을 설립,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보험 산업에 접목했다. 지난해 6월에는 한화생명 AI연구소가 출범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산하 인간중심 AI연구소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새 먹거리로 꼽히는 헬스케어 관련 사업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초에는 헬스케어TF를 신설했다. 헬스케어 서비스는 고객정보나 건강, 금융 데이터 등 보험업 고유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 활용 역량 등이 필수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금융·개인정보 보호 전문가인 윤 상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생명보험 산업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밀접하게 연관된 특성을 고려해 AI 기술을 헬스케어 산업에 접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영전략실이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곳인 만큼 한화생명이 금융위·개보위 이력을 가진 인사를 영입해 금융정책은 물론 디지털 전환까지 고려해 전략을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