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생명보험업계 사장단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간 비공개 간담회가 돌연 연기됐다. 당초 정책 방향과 업계 현안을 조율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정부 조직개편안과 관련된 금융위 내부 혼란이 커지면서 만남 자체가 기약없이 미뤄진 셈이다.
금융권에선 금융위 정책 기능이 차차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간담회 무기한 연기도 단순 내부 문제를 넘어 외부 협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 공공기관 지정까지 겹치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서민대출 금리 인하 및 배드뱅크(부실채권 전담은행) 설립, 소비자보호 정책 등 핵심 과제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15%대 최저 신용대출자 금리를 두고 "너무 잔인하지 않냐"며 곧바로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 그는 "초우량 고객에게 초저금리로 빌려주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15.9%보다 좀 더 싸게 빌려주면 안 되나"라고 말했다.
이에 권 부위원장은 "특별기금 조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지만 조직개편 논란 속 속도감 있는 추진은 어려울 것이란 게 금융권 관측이다. 그간 금융위가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발맞춘 정책들을 빠르게 내놓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부가 사실상 해체 방침을 굳히면서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주말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은 내년 1월부터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금융정보분석원 포함)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낸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그 아래에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둔다. 금감원은 유지하되 그 산하 소보는 금소원으로 분리·신설하는 한편 금감원과 금소원을 함께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발표 직후 금감원 직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노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설립 후 첫 총파업 돌입 여부까지 저울질하는 중이다.
반면 금융위는 정원이 340여명으로 금감원(2400여명)에 비해 인력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집단행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권 부위원장이 최근 사무관 간담회를 열어 "미안하다"며 직원들을 달랬지만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는 전언이다. 금융당국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국장급 이상 금융위 간부들은 보직이 늘어나고 향후 재취업과도 연계될 요직을 확보할 수 있어 큰 불만은 없겠지만 그 이하 직급들은 반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사기 저하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 출범 후 추진돼온 서민·소상공인 금융지원, 배드뱅크, 소비자보호 정책 등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력 배치와 보직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퇴사 기류가 불거지며 내부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 [현장에서]"진짜 세종 가야 돼?"…금융위 MZ들의 고민(2025.06.24)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위 젊은 사무관들은 금융정책을 맡는데 대해 자부심이 컸는데 재경부로 가면 복권업무를 맡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