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했던 금융당국 체계 개편이 백지화됐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금융당국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하게 방치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금융당국 체계 개편 백지화…금융위·금감원 현행 유지(9월25일)
조직개편 이슈가 일단락된 만큼 내외부 인적쇄신 및 인사에 관심이 쏠린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을,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급 임원들을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제출받았다.
사표 수리와 임원진 교체 폭에 따라 금융당국 새 수장들의 성향과 향후 금융당국 정책 방향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직개편 앞둔 일괄 사표…수리는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소속 1급 고위 간부인 이형주·김범기 금융위 상임위원과 이윤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박광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총 4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했고 이들은 사표를 제출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도 1급 고위 간부에게 사표를 받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부원장과 부원장보 등 11명의 임원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받은 상태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1급 고위 간부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금감원은 과거 정권교체 때 신임 원장 취임 후 임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 체계 개편과 맞물리며 더 이목을 끌었다.
당초 정부는 금융위 정책기능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떼어낸 조직)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위원회를 부활하는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체계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이들이 제출했던 사표 수리 여부에 이목이 쏠리게 된 상황이다. 현재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고 있다. 순방을 마친 후 사표 수리 여부에 따라 고위 간부와 임원들의 거취도 결정될 전망이다.
새 금융당국 수장, '쇄신'의지 반영땐 폭 커질수
금융당국 체계 개편으로 인한 혼란이 일단락 된 만큼 금융당국 수장들이 내부 조직을 어떻게 추스를지에 대한 관심으로 무게 추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고위 간부와 임원 인사 등 내부 조직 개편을 통해 정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하는 까닭이다.
금융위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위험가중자산 조정 등 방안을 발표한 상태다. 이와 함께 배드뱅크 등 소상공인·자영업자, 장기 연체 채무자에 대한 채무조정 등 금융지원 정책 실행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가계부채 관리 등 시장 안정 역할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동안 금융위는 새 위원장 취임 후 1급 고위 간부의 일괄 사표를 제출받고 수리했던 경우는 없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금융위 상임위원은 금융위 살림을 책임지는 사무처장을 거쳐 금감원 수석부원장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았다. 현재 금융위는 권대영 부위원장이 사무처장에서 승진 후 사무처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로 인사를 통해 자리를 채워야 한다.
여기에 정권이 교체됐고 금융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만큼 고위 간부들의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전에도 새 원장 취임 후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이 중 일부를 수리했다. 이복현 전 원장도 취임 후 9명의 부원장 가운데 5명의 부원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찬진 원장의 경우 임원들의 사표 제출 당시만 해도 조직개편과 맞물렸지만 정부가 현 금융당국 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에선 상황이 다소 바뀌었다. 또 지난해 말 이복현 전 원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관련기사: 금감원, 부서장 단 한명 빼고 다 바꿨다…금융시장안정국장만 유임('24.12월10일)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초 사표를 제출받을 때는 조직개편과 연관이 있었고 전부 바뀌는 분위기였다"며 "체계 개편은 백지화됐지만 조직 내부를 다독여야 한다는 점에서 (사표가) 어느 정도 수리가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권이 바뀌었고 조직쇄신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강한 터라 현재로선 인사 폭과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금융위 산하기관장 인사도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앞서 한국산업은행은 첫 내부 출신인 박상진 회장이 임명되면서 자리를 채웠다. 이외에 최원목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임기가 끝난 상태이고,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내년 1월 임기가 끝난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당국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기관장 인사에 진척이 없었다"며 "위원장도 임명됐고 불확실성도 사라졌으니 절차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 내부, 산하 기관장 인사와 함께 차기 금융협회장 선출 절차도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대표적인 곳이 여신금융협회장이다. 정완규 회장 임기가 내달 초 끝나는데다 롯데카드 해킹 사태 등 과제가 산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