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가 생산적 금융을 수행할 때 건전성과 자원 배분 효율성을 모두 잡을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금융 안정성 유지를 위한 규제는 필요하나 지나친 위험 강조는 자금 공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기조는 유지하되 금융지주와 그 계열사가 이중으로 건전성 규제를 받는 구조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첫 발제를 맡은 김석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III 건전성 규제를 중심으로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 수행 환경을 설명했다. 현행 바젤III은 내부등급법(IRB)을 쓰는 금융회사에도 표준방법(SA)의 위험가중자산을 일정 수준 이상 반영하도록 설계돼 있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구조로 인해 기업 대출 확대 등 생산적 금융 수행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리스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석기 연구위원은 "건전성 규제가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에 대한 느슨한 규제로 리스크가 통제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은행 규제 수준이 유럽보다 높지만 경영 성과는 좋았던 예시를 들기도 했다.
반대로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에서 바젤 표준방법으로 실제 위험을 인식하지 못했던 점도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의 역할 중 하나가 위험자본을 공급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과도한 위험에 대한 강조는 위험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를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국 규제 개편 동향과 국내경제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은행의 건전성 제고와 자원 배분 효율성이라는 두 가치가 양립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여준 PwC컨설팅 상무는 현행 규제의 기본 골격은 유지할 것을 전제로 자본 흐름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융지주와 지주 계열 자회사의 이중 규제 구조는 운영 정합성 측면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개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금융안정성 영향과 도덕적 해이, 정책금융 왜곡 등에 대한 방지책도 언급했다. 개선 전 정량분석으로 영향을 검증하고 적용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상무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사전 식별하고 적절한 통제 메커니즘을 설계해 제도 개선의 실효성과 금융안정성을 균형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강유석 딜로이트 안진 전무 △배창욱 하나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 △배성환 금융위 은행과 사무관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이 패널로 자리했다.
강유석 전무는 "주담대 RWA 하한을 높인 것은 주담대 자산 분류에 대한 리스크 하한을 상승시킨 것"이라며 "(은행 대출 여력이) 직접적으로 생산적 부문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준하 국장도 "(주담대 RWA 하한 상향은) 저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해외 사례를 참고해 규제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에 대한 검토도 언급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 팽창기에는 은행에 추가 자본을 적립하게 해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하고 경기 침체기에는 해제해 자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국내에서도 현 정부 출범 초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가계부문에 대한 경기대응완충자본 도입이 거론된 바 있으나 논의 단계에 그쳤다. 황 국장은 "깊이 있게 연구 중"이라면서도 "도입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