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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100세…세방 창업주의 3남매 재산분할 ‘비법노트’

  • 2023.06.19(월) 07:10

[중견기업 진단] 세방①
이의순 창업주, 97세까지 이사회 활동 왕성
이상웅 회장 개인회사로 저비용·고효율 승계
두 딸, 주력사 일감 기반 넉넉한 재산 분할

1923년 6월12일 생(生), 올해 상수(上壽·100세)를 맞은 창업주는 비록 은퇴했지만 주목받을 자격이 있다. 90세에 회장실을 물려주고, 97세에 경영에서 손을 뗐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고 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적통 후계자의 개인회사를 차려 주식 증여 없이도 가업 승계를 보기 좋게 마무리하고 감히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탄탄한 2세 지배구조의 뼈대를 만들었다. 두 딸들에게도 주력사의 차고 넘치는 일감을 기반으로 섭섭지 않게 몫을 떼 줬다.   

‘로케트 배터리’로 잘 알려진 물류·제조 중견기업 세방(世邦) 얘기다. 무난함 보다는 특별함, 저비용이었지만 고효율인 창업주 부자(父子) 합작의 3남매 재산분할 ‘비법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겨볼 차례다.  

이의순 세방그룹 명예회장(오른쪽), 이상웅 회장.

물류로 출발…세방전지 인수 ‘점프’

세방 창업주 이의순 명예회장은 1945년 해방 후 현 조달청 전신인 외자청에서 해상운송과 원조물자 입하업무를 담당하며 공직생활을 했다. 주서독한국대사관 구매관으로도 활동했다. 

1965년 9월 부산항을 사업기반으로 한 항만하역 및 화물운송업체 세방기업(현 세방㈜) 창업으로 이어졌다. 42살 때다. 경제개발에 따른 물류산업 팽창으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1978년 7월 제조업에 진출, 한 단계 도약했다. 당시 국내 최대 자동차 및 산업용 축전지 메이커 진해전지(현 세방전지)를 인수한 게 이 때다.      

현재 세방의 총자산은 3조1500억원(2022년 말 기준)이다. 1999년 말(7550억원)에 비해 4배 불어났다. 매출은 4430억원에서 2조7600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16억원에서 2018~2022년 한 해 평균 1200억원을 벌어들였다. 현금성자산이 4770억원으로 외부에 돈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을 만큼 재무구조는 탄탄하다.   

계열사는 1999년 말 12개사에서 지금은 39개사(국내 33개·해외 6개)나 된다. ▲물류 세방㈜, 세방익스프레스, 세방메탈트레이딩 ▲제조 세방전지, 세방리튬배터리, 세방산업, 상신금속 ▲IT 이앤에스(E&S)글로벌 등이 면면이다. 

세방그룹 재무구조

2대 경영자 이상웅, 군납비리 사건 뒤 복귀

창업주의 ‘기업가 DNA’를 장착한 장남 이상웅(65) 현 회장이 2대 경영자로서의 존재 증명에 다름 아니다. 서강대 경영학과 및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1984년 세방㈜에 입사한 뒤 세방전지와 세방㈜의 대표에 오르며 경영 최일선에 등장한 게 각각 1999년 4월과 2000년 2월이다. 41살 때다.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06년 9월 잠수함 및 어뢰용 축전지 방산업체 세방하이테크(현 한국특수전지)의 군납비리 사건이 터졌다. 2008년 초 양대 주력사 대표는 물론 전(全) 계열사 사내이사진에서 이름을 내렸다. 

그렇다고 후계자의 지위가 어디 가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물러나는 것과 동시에 2008년 3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공백기도 오래가지 않았다. 이듬해 2월 다시 계열사 이사회에 속속 합류했다. 

이 회장은 55세 때인 2013년 9월 마침내 부친으로부터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 회장은 현재 세방㈜, 세방전지, 세방리튬배터리 등 7개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경영 실권자(實權者)다. 창업주가 공들여 닦아놓은 강력한 오너십을 기반으로 한다.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1997년)

모태 세방㈜ 위에 E&S글로벌 ‘옥상옥’

1997년 말만 해도 세방 계열 지배구조는 세방㈜(25.46%)→세방전지 출자구조가 핵심이다. 이 명예회장은 세방㈜ 1대주주(14.78%)로서 일가(10명) 등을 합해 28.27%를 소유했다. 이에 더해 세방전지 2대주주로서 개인지분 10.2%를 통해 계열사를 장악했다.  

한데 지금은 E&S글로벌(18.53%)→세방㈜(37.95%)→세방전지를 뼈대로 양대 주력사가 각각 물류, 제조 계열사들을 지배한다. 정점에 이 회장이 위치한다. E&S글로벌 1대주주로 있어서다. 소유지분도 80%나 된다. 여기에 세방㈜ 2대주주로서 17.99%의 지분을 통해 절대권력을 쥐고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모태이자 계열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세방㈜ 위에 E&S글로벌이 위치한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개인 대주주도 창업주에서 2대(代) 경영자인 이 회장으로 면면이 교체됐다. E&S글로벌을 끼워 넣어 2세 지배체제를 완성했다는 뜻이다. 

세방 창업 55년만인 97세 때 마침표를 찍은 창업주의 3남매 재산분할 ‘비법 노트’를 흔들면 ‘스토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장남의 후계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1997년 3월 현 E&S글로벌의 전신(前身), 옛 세방하이테크의 설립이 노트의 맨 첫 장이다. (▶ [거버넌스워치] 세방 ②편으로 계속)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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