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거버넌스워치]세방 이상웅 회장 딱 8억 들인 세방하이테크의 위력

  • 2023.06.20(화) 07:10

[중견기업 진단] 세방②
1997년 설립 지분 80%…모태 세방㈜ 정조준
자사주 1/3 값 인수 등 2006년 20% 확보
이상웅 세방㈜ 12% 매입에 자금줄 노릇도

1997년, ‘로케트 배터리’로 각인되는 물류·제조 중견기업 세방(世邦)의 가업승계 작업이 갑자기 빨라지기 시작했다. 창업주 이의순(100) 명예회장 74세 때다. 적통 후계자를 경영 최일선에 데뷔시키기 직전이다. 2006년 8월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2세 소유의 개인회사가 만들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후계 지배기반을 닦았다. 창업주는 자신의 지분을 물려줄 필요가 없었다. 후계자는 개인자금을 들일 일도 별로 없었다. 저비용 고효율의 1단계 작업은 의도대로 먹혔다. 2대 경영자 이상웅(65) 회장이 단 8억원을 출자한 개인회사는 그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1997년 8억 출자 개인회사 설립…대물림 개시

세방 소속 현 계열사 이앤에스(E&S)글로벌은 1997년 3월 설립된 세방하이테크가 전신(前身)이다. 종합물류업체 세방㈜와 더불어 세방의 양대 주포인 차량용, 산업용 연축전지 업체 세방전지에서 분리·설립됐다. 

한데, 당시 최대주주는 세방전지가 아니다. 창업주의 1남1녀 중 장남 이상웅 현 회장이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로, 1999년에 이미 지분 80% 1대주주다. 10%는 이 명예회장이 소유했다. 나머지 10%는 세방㈜ 몫이었다. 

초기 자본금은 10억원. 이 회장이 딱 8억원을 출자했다는 의미다. 대표직도 가졌다. 창업주는 사내이사를 맡았다. 2005년 이 명예회장 대신 차녀 이상희(52)씨로 교체됐을 뿐 이 회장의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즉, 세방하이테크는 창업주 부자(父子)의 대(代)물림을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는 뜻이다. 이 회장이 부사장으로 있던 때로, 세방전지(1999년 4월), 세방㈜(2000년 2월) 대표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등장하기 2년 전이다. 

1997년 말 당시 세방㈜(25.46%)→세방전지로 이어지는 계열 지배구조의 최상단 위치해 있던 세방㈜를 정조준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세방㈜ 개인지분이 단 0.83%에 불과했을 때다. 

(참고로, 당연한 얘기지만 비록 세방㈜와 더불어 양대 주력사지만 지배구조 측면의 존재감은 확 떨어지는 세방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1999년 매입한 0.83%를 현재까지 줄곧 보유 중인 이유다.) 

마침 환경도 좋았다. 1977년 5월 증시에 입성한 세방㈜는 주가가 1997년 중반 5000~6000원대(2000년 4월 5000원→500원 액면분할 반영)를 찍은 뒤로 부진했다. 2000년 들어 1000~2000원대 흐름이 2003년까지 이어졌다. 현 1만3000~1만4000대와 비교하면 낮게는 10분의 1 값이다. 호기(好期)였다.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1997년)

세방㈜, 67억에 산 자사주 23억에 매각

1998년 세방하이테크가 장내에서 지분 3%(이하 보통주 기준)를 매입, 세방㈜ 주주로 등장했다. 쉼 없었다. 2000년에 가서는 7%로 끌어올렸다. 주가가 워낙 쌌던 때라 13억원(주당 1730원) 밖에 들지 않았다. 

기회를 놓칠새라 아예 세방㈜까지 동원됐다. 2000년 11월 세방㈜가 자사주를 전량 세방하이테크에 넘겼다. 규모도 11.84%나 됐다. 한데, 매매액이 23억원(주당 1920원)이다. 1994년, 1996년 경영권 안정을 위해 67억원(주당 5680원)에 취득한 주식을 3분의 1 값에 팔았다. 세방하이테크는 18.84%를 확보, 마침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05년 3월. 세방㈜의 190억원(발행주식 400만주·발행가 4740원) 유상증자와 20% 무상증자가 있었던 시기다. 세방하이테크는 당연히 빠지지 않았고, 29억원을 출자했다. 1대주주 지위는 흔들림이 없었다.  

2006년 8월에는 오너 일가가 한 수를 뒀다. 이 회장의 모친 고(故) 정선심씨가 한 주도 처분하지 않고 오롯이 보유해 온 3.09%를 전량 세방하이테크에 증여했다. 2006년 말에 가서 20.42%를 보유하게 된 핵심적인 요소다.  

세방하이테크가 세방㈜ 지분을 20% 넘게 확보하는 데 자금은 문제될 게 없었다. 세방㈜의 주가가 쌌던 때라 약 110억원(주당 3110원)밖에 들지 않았고, 자체자금으로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세방하이테크는 알짜였다. 

세방전지에서 특수전지 사업분야를 떼어내 만든 방산업체다. 독일 하겐(HAGEN), 프랑스 사프트(SAFT)와 기술제휴를 통해 해군에 잠수함 및 어뢰용 축전지를 공급했다. 

매출이 1998년 106억원→2006년 244억원으로 성장했다. 순익은 흑자를 거른 적이 없다. 적게는 4억원, 많게는 41억원 한 해 평균 17억원을 벌어들였다. 거의 매년 총 55억원의 배당금을 풀고도 이익잉여금이 97억원이나 됐다.  

세방하이테크 재무실적(1998~2006년)

세방하이테크 배당수입 44억…세방㈜의 5배

뿐만 아니다. 10억짜리 개인회사 세방하이테크는 가지가지했다. 즉, 쓰임새가 계열 지주회사격인 세방㈜ 지분 확보로만 한정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직접 세방㈜ 주식을 사들이는 데 모자람 없는 자금줄 노릇을 했다.  

1998년부터 세방하이테크의 세방㈜ 지분 취득이 한창일 무렵 이 회장도 가만있지 않았다. 역시 세방㈜를 타깃으로 1998년부터 매입에 나서 0.83%에 머물렀던 지분을 2000년에는 11.07%로 끌어올렸다. 이어 2005년 3월 유무상증자를 거쳐 2006년 8월까지 12.17%를 확보했다. 

이 회장이 세방하이테크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던 터라 세방하이테크가 1998~2005년 주주들에게 뿌린 55억원의 배당금 중 이 회장 몫이 44억원이나 됐다. 같은 기간 세방㈜로부터 챙긴 배당수익 8억원의 무려 5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이상웅 세방 회장 세방하이테크 배당수입

이상웅→세방하이테크→세방㈜→세방전지 완성

빈틈이 없었다. 세방㈜를 통해 세방전지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세방㈜이 1998년 세방전지의 기술 및 자본제휴사 일본 유아사(YUASA)전지(현 GS유아사인터내셔널)로부터 8.25%를 인수. 33.71%로 확대했다. 

세방㈜가 사들인 가격이 35억원(주당 3000원·2000년 4월 5000원→500원 액면분할 반영)이다. 세방전지 또한 주가가 헐값이었던 시기로 1년 전에 비해 주가가 반토막 나있던 때다. 주당 5만원을 넘보는 현 시세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한참 못미치는 값이다. 

결과적으로 1998~2006년 1단계 작업을 통해 이 명예회장에서 이 회장으로 후계승계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이 회장(80%)을 정점으로 세방하이테크(32.59%·개인지분 12.17% 합산)→세방㈜(33.71%)→세방전지로 연결되는 강력한 지배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반면 당시 창업주는 세방㈜ 지분 13.93%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세방㈜를 타깃으로 한 이 회장과 개인회사 세방하이테크의 지분 확보 작업은 2006년 8월을 끝으로 한 동안 멈췄다. 2006년 9월 세방하이테크의 군납비리 사건이 터진 직후다. 1998년부터 해군에 축전지 등을 납품하면서 단가를 부풀려 12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던 사건이다. (▶ [거버넌스워치] 세방 ③편으로 계속)

세방그룹 주요 계열 지배구조(2006년)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