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지배구조 도식(圖式)을 보면, 자동차부품 그룹 일진글로벌에는 2대 사주(社主)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계열사가 하나 있다. 주인이 사실상 창업주 3세들이다.
즉, 일진글로벌은 2023년 창업주의 작고를 계기로 2세 체제가 출범한지 3년 밖에 안 됐지만 3대 승계가 이미 ‘5부 능선’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용 베어링 전문 업체 베어링아트(BEARING ART)가 발원지다.

오너 3세→베어링아트→글로벌 승계 구도
베어링아트는 현재 이동섭(55)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70%를 소유 중이다. 이기륜씨 40%, 이기원씨 30%다. 나머지 30%는 이 회장의 세 누이 이윤정(58), 이윤선(56), 이윤주(54)씨가 각각 10%를 가지고 있다. 둘째누나 지분의 경우 원래는 자녀인 이원석, 이주현씨에게 각 5%를 무상증여했다가 지난달 28일 취소했다.
올해 5월 일진글로벌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됨에 따라 처음으로 주주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이를 볼 때, 베어링아트는 사실상 오너 3세의 개인회사다.
원래부터 이랬다. 베어링아트가 설립된 때는 2011년 5월이다. 아이제이, 일진제너럴베어링을 거쳐 같은 해 11월 현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분율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2012년 최대주주도 이기륜씨다. 이외 특수관계인 4명을 합해 지분 100%를 보유했다.
다시 말해 이 회장이 2006년 자동차 섀시 부품사로서 당시 간판 계열사인 ㈜일진의 대표와 1대주주에 올라 가업 승계를 시작한 지 5년 뒤에 베어링아트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보면, 표면적으로 3세 대물림은 2대 때와 달리 비교적 일찍 개시됐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매우 진전된 상태다. 일진글로벌 주력 제품인 3세대 휠 베어링 생산업체이자 그룹의 ‘얼굴’로 부상한 사업 중추사 ㈜일진글로벌에 대해 베어링아트가 지분 40% 단일 1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서다. 이외 60%는 이 회장과 최상위 지배회사 ㈜일진이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주식 소각 땐 800억 유입
따라서 고(故) 이상일(1938~2023) 창업주가 2020년 3월 ㈜일진글로벌 지분 60% 중 40%를 베어링아트에 넘긴 것은 다름 아닌 3세 대물림 기반을 닦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서 2019년 7월 옛 ㈜일진글로벌을 투자 및 부동산 임대 부문 현 일진글로벌홀딩스(존속)와 베어링 부문 ㈜일진글로벌(신설)로 인적분할한 직후다.
이 창업주가 3대 승계를 위해 공을 들인 흔적 또 있다. 매각 조건이다. 양도가액은 2130억원(주당 780만원·액면가 1만원)이다. 이를 5년에 걸쳐 분할 지급하도록 해줬다. 베어링아트가 현금성자산(2019년 말 별도) 56억원에 현재 본사가 위치한 경북 영주공장 투자와 맞물려 장단기차입금이 2940억원에 달했던 시기다.
또 2023년 3월 ㈜일진글로벌이 베어링아트(40%), ㈜일진(30%), 이 창업주(20%), 이 회장(10%) 등 4인 주주 지분율대로 62.4%를 2000억원(주당 469만원)에 소각했을 때는 베어링아트에 800억원이 유입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매년 426억원을 갚아나가던 베어링아트는 2024년 인수대금을 전액 상환했다.
영업이익 연평균 780억…내부매출 41%
게다가 베어링아트가 ㈜일진글로벌 지분을 인수했을 때는 이미 수익기반이 안정궤도에 들어서 있었다. 특히 베어링아트가 변신하기까지 ㈜일진글로벌을 위시해 계열사들이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특징이다.
베어링아트는 2015년까지만 해도 계속된 영업적자로 결손금 510억원에 자기자본 마이너스(-) 787억원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2016년 매출 3150억원에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며 급반전했다. 2009년 결손금을 전액 해소하고, 자본잠식에서도 탈출했다.
2022~2025년에는 매출 5300억~56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4년 동안 한 해 평균 776억원을 벌었다. 영업이익률이 14.1%~14.7% 수준이다. 베어링아트의 작년 영업이익(810억원)은 ㈜일진글로벌(2903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일진(86억원), 일진베어링(107억원)을 압도한다.
내부거래가 적잖다. 지난해 베어링아트는 ㈜일진글로벌(576억원), 일진베어링(722억원), ㈜일진글로벌 미국 제조판매법인 일진USA(795억원) 등 6개사로 부터 23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41.4%다. 결국 지금의 베어링아트가 뛰어난 수익성을 갖게 되기까지 안정적인 내부매출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베어링아트의 차입금이 여전하지만 이 역시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작년 말 베어링아트의 차입금은 3180억원이다. 일진글로벌 5개사 중 유일하게 차입금이 존재한다. 부채비율은 108.6% 수준이다.
게다가 ㈜일진글로벌을 본격적인 현금 유입 통로로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진글로벌이 작년 결산배당으로 500억원을 현금배당했다. 2023년 3월 주식 이익소각 이후 3년만이다. 단일 1대주주인 베어링아트에 200억원이 유입됐다.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양대 주주로 자리 잡고 있는 베어링아트가 ㈜일진글로벌의 뒤를 잇는 신흥 ‘캐시 카우’로 변모하면서 3대 승계 디딤돌이 튼실하게 진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 [거버넌스워치] 일진글로벌 ⑤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