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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계家]<25>연암·송정②하이트 상표의 비밀…가족 분업

  • 2014.01.08(수) 10:10

박문효 회장 아들 세진·세용씨 지분 99% 소유
상표라벨 인쇄 관련사업…안정적 사업기반 갖춰

국내 대표 맥주 브랜드 ‘하이트’를 제조·판매하는 하이트진로에 생맥주통과 냉각기 등 생맥주와 관련한 각종 기자재를 대는 회사가 있다. 하이트진로 매출이 회사 전체 매출이라 해도 무방한 곳으로 지난해만 하더라도 97%나 된다. 바로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E&T)다.

또한 이 회사는 2007년을 기점으로 매출이 매년 급격하게 뛰고 있다. 2012년 매출(1120억원)이 2006년의 14배로 성장했을 정도다. 아울러 2010년에는 그룹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주주로 올라서 오너인 박문덕(64) 하이트진로그룹 회장(29%) 다음으로 많은 28%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서영이앤티 지분 80%를 소유하고 있는 주주가 박 회장의 두 아들 태영(36·하이트진로 경영전략본부장 전무)씨와 재홍(32)씨다. 매출이 급성장하는 시발점이 된 2007년 그 해 이 회사 지분을 싹쓸이해 대주주가 됐다. 이 정도만 봐도 이 회사가 박 회장의 후계 승계를 위해 준비된 계열사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주력사 하이트진로의 10분의 1이 채 안되는 서영이앤티(2012년 총자산 2840억원)가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측면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회사가 되기 까지 박 회장의 수고 또한 결코 작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부친의 아낌없는 노고

박 회장에게 2세 승계용 회사로 서영이앤티가 있다면 그의 형 박문효(67)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에게는 연암과 송정이 있다. 그룹 울타리 밖에 있어 눈에 잘 띄지 않지만, 2세를 위해 이 두 회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연암의 최대주주가 박문효 회장 슬하의 2남 중 장남인 세진(37)씨다. 소유하고 있는 지분도 99%나 된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삼진화학(현 한화폴리드리머)을 거쳐 연암 전무를 지낸 뒤 2008년 연암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해 현재는 경영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2000년 12월 창업된 이 회사는 2005년에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60억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대출받은 적이 있다. 이때 자신의 예금 담보를 주고 지급보증을 해 준 이가 박문효 회장이다. 이뿐만 아니다. 2006년에 그는 이 회사에 10억원을 무상 증여하고, 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6년간 예외없는 성장

충남 천안에 본사와 공장을 둔 연암은 과자와 같은 식품과 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포장하는 데 쓰는 연포장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하이트 맥주와 참이슬 소주 등 하이트진로가 만드는 각종 주류의 병과 페트병에 붙이는 상표라벨과 포장상자를 만드는 게 주된 사업이다. 박 사장이 본가에 사업의 뿌리를 박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 회사의 2010년 매출을 보면 하이트맥주(2011년 9월 진로 합병전) 47% 등 하이트진로그룹 비중이 60% 가까이 된다.  

연암은 지난 6년간 예외 없이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9월결산법인인 이 회사는 2009년도(2008년 10월~2009년 9월)에 전년도 대비 14% 증가하고, 2012년에는 3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 또한 창업 이래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고, 2009년도 이후로는 10억원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곳간에 쟁여놓고 있어 이익잉여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박 사장은 장성했지만 부친처럼 하이트진로그룹에 몸담고 있다든가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유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 주식도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초창기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개인 재산을 대줬던 부친이 있었고, 지금은 안정적인 사업기반까지 깔려있는 셈이다. 

◇작지만 알찬 돈벌이

하이트진로산업, 연암과 더불어 송정의 사업구조를 보면 하이트와 참이슬 등에 붙이는 상표라벨 제작 과정은 가족간에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 하이트진로산업과 연암이 상표를 인쇄해 라벨을 만드는 곳이라면 이 두 곳에 인쇄용 그라비아용지와 라벨지를 대는 곳이 송정이다. 이 회사는 2012년에 하이트진로산업과 연암으로부터 80%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박문효 회장의 차남 박세용(30)씨가 송정 지분 99%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박 회장은 2005년 송정에 감정가 18억원인 상업용빌딩을 무상으로 증여해 주는 한편 이듬해에는 10억원을 공짜로 주고, 25억원을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했다. 그가 차남에게 쏟는 정성이 장남에 못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02년 3월 설립된 송정은 총자산 139억원(2012년), 최근 5년간 매출이 연평균 100억원이 채 안되는 미니기업이지만 2005년 이후로 단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덩치에 비해 돈벌이가 상대적으로 낫다. 2008년 이후로 영업이익률은 한 해 평균 10%에 가깝다. 세용씨는 비록 아직은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회사는 부친의 배려 아래 서서히 작지만 알찬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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