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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품은 하이트, 카스를 '정조준'하다

  • 2014.03.31(월) 11:28

21년만에 대대적 리뉴얼.."이름 빼고 다 바꿨다"
맥주 시장 1위 탈환 목표..마케팅 전략 변화 주목

하이트진로가 '독기'를 품었다. 간판 브랜드인 '하이트' 맥주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단행했다. 오비맥주 '카스'에게 빼앗긴 맥주 시장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동안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비해 마케팅 측면에서 실패를 거듭해왔던 만큼 이번 리뉴얼을 통해 얼마나 시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사다.
 
◇ '절치부심'의 산물 '뉴 하이트'
 
하이트진로는 다음달 3일 80년의 양조기술 노하우를 집약한 ‘뉴 하이트(New hite)'를 출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상표 디자인뿐 아니라 제조공정까지 전 부문에 걸쳐 신제품 수준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21년만의 변경이다.
 
'뉴 하이트'는 하이트진로와 독일 맥주전문 컨설팅 업체인 ‘한세베버리지(Hanse Beverage)'가 공동연구를 통해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 하이트진로는 지난 31일 '하이트'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선언했다. 이를 통해 오비맥주에게 빼앗긴 맥주 시장을 되찾아오겠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복안이다.

'뉴 하이트'는 최적의 부드러운 목넘김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조정해 쓴 맛을 줄였다. 알코올 도수도 4.3%로 조정했다. 미국 넘버1 브랜드 버드라이트는 4.2도, 체코의 필스너우르켈은 4.4도이다. 
 
청량감 구현을 위해 빙점여과공법(Ice Point Filtration System)도 적용했다. 전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시켜 최적의 상태에서 맥주의 불순물과 잡미를 제거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뉴 하이트'의 BI(Brand Identity)와 상표디자인도 교체했다. 브랜드 로고는 국내 최초 맥주회사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강조한 서체로 바꿨다. 상표는 맥주 제조공정과 제품 특징을 도식화한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디자인했다.
 
◇ '카스'에게 빼앗긴 '맥주 1위'
 
하이트진로가 이처럼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것은 오비맥주에게 빼앗긴 맥주 시장을 찾아오기 위해서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중반까지만 해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독보적이었다.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7년 6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후 계속 점유율이 하락해 지난 2011년에는 50%대까지 떨어졌다. 본격적으로 오비맥주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 과세기준 점유율(*한국주류산업협회는 2013년 3월 이후 업체별 점유율 발표를 중단)

당시 오비맥주의 카스가 '신선함'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2012년 하이트진로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울은 44%대로 떨어졌다. 반면, 오비맥주는 56%로 올라서며 지금껏 국내 맥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 하락분을 오비맥주가 고스란히 가져간 셈이다. 이후 지금껏 하이트진로는 단 한 차례도 오비맥주를 이기지 못하고 만년 '2인자'에 머물러야했다. 국내 맥주 시장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하이트진로는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이에 비하면 맥주 시장에서의 성적은 처참한 수준이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도 "맥주 시장만 생각하면 밤 잠이 안올 정도"라고 말할 만큼 하이트진로에게 맥주 시장 회복은 최대 과제였다.
 
◇ '뼈 아팠던' 마케팅 실패, 만회할까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몰락 이유를 '마케팅의 실패'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하이트', '맥스', 'd' 세가지 브랜드의 맥주를 내놓고 있다. 마케팅의 힘이 세 브랜드로 분산되면서 오비의 '카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d'가 출시되기 전까지 하이트진로의 주력 상품은 '하이트'와 '맥스'였다. '하이트'는 대중적인 맥주, '맥스'는 풍미를 강조한 고급 맥주였다. 두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맥주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의 원인을 '마케팅의 실패'때문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뉴 하이트'는 하이트진로의 마케팅 전략이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d'를 출시하며 마케팅 역량을 'd'에 집중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외면했다. 'd' 특유의 맛과 도수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이런 혼란 속에 주력이었던 '하이트'와 '맥스'의 점유율은 하락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다시피했던 'd'도 좀처럼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도수를 내리기도 했지만 이미 돌아선 소비자들의 입맛을 다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류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마케팅 전략의 차이에서 희비가 엇갈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늘 1위라는 자신감에 품질만 좋으면 대중성도 자연스럽게 확보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며 "이것이 하이트진로 마케팅의 패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이번 리뉴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하지만 하이트진로가 이번을 계기로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줬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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