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과 동부, 현대그룹 구조조정이 속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이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진과 동부는 아직 고비들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한진은 에쓰오일 지분 매각, 동부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 패키지 매각건이 각각 해결돼야 한다.
◇ 속도내는 현대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상선 LNG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신설회사를 설립해 부채를 포함, 1조원의 자산을 넘기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600% 이상 줄어들게 된다.
현대상선 LNG부문 매각에 따라 현대그룹이 추진중인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으로 총 2조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작년 말 현대그룹이 발표한 전체 자구안 규모의 약 60%에 해당한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부산신항만 투자자 교체로 2500억원, 컨테이너 매각으로 563억원을 확보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현대오일뱅크 등 보유했던 주식매각으로 총 1565억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로 1803억원,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방식 확정으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또 매각예정인 부산 용당부지 등을 통해 7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그밖에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반얀트리호텔 매각 등도 추진중이다.
◇ 고비남은 한진
한진그룹도 자구안을 이행중이다. 노후 항공기 및 선박 매각과 각종 지분 등을 팔아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아직 고비가 남아 있다. 한진이 발표했던 자구안중 가장 큰 규모였던 에쓰오일 지분 매각이다. 한진은 현재 에쓰오일 1대주주인 아람코와 협상중이다. 조양호 회장도 최근 "지분 매각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진은 자구안 발표 당시 에쓰오일 지분 2000만주의 가치를 약 2조2000억원 정도로 봤다. 하지만 에쓰오일 주가가 하락했다는 점이 변수다.
자구안 발표 당시 에쓰오일 주가는 7만원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5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지분가치도 1조7000억원대로 감소한 상태다. 아람코와의 협상에서 적정가격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도 "아람코가 거부하지 않으면 다른 협상자를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타결 시점에 대해선)시간을 정해놓으면 오히려 불리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에 대한 유상증자 참여 등 현안이 산적하다는 점에서 조속한 자구안 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고민빠진 동부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부채포함 약 6000억원 수준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본계약이 체결되며 한숨을 돌렸지만 다른 계획들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부특수강과 동부제철당진항만은 일단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조성해 인수할 예정이다. 약 25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부하이텍도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매각작업이 진행중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이다. 현재 포스코가 실사를 진행중이며 조만간 인수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부는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개별매각을 원했지만 채권금융기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당초 동부가 내놓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중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발전의 가치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대략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포스코나 패키지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인수가 결정된다고 해도 가격조정 과정에서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만일 동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에서 매각이 이뤄진다면 구조조정의 효과 역시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