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갑작스런 건강이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넘었다. 이 회장의 건강이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고 하지만 과거처럼 경영에 전면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따라 재계는 지난 1년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 확대에 주목해 왔다. 사실상 삼성 경영 전면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 사업성과와 전망 등을 3편에 걸쳐 정리해본다. [편집자]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직전부터 승계를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특히 지난 1년간은 변화의 바람이 거셌다. 대규모 사업재편과 함께 지배구조상 핵심회사인 제일모직(옛 에버랜드), 승계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SDS의 상장이 이뤄진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상 승계를 위한 기반을 거의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승계시점을 결정할 일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 내부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시점을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 기반은 다져놨다
지난 2013년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진행된 삼성의 사업재편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한화와의 빅딜을 통해 방산·화학사업을 정리하면서 삼성은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 등의 사업군으로 슬림해졌다.
특히 삼성SDS에 이어 제일모직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 제일모직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대략 7조원 후반에서 8조원 초반으로 평가된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 지분은 상당부분 유지해야 하는 반면 삼성SDS 지분은 이건희 회장의 주요 계열사 지분 인수에 사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는 상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아직 양대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이 약한 만큼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를 가져와야 한다.
이 작업만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은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갖게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도 각각 0.06%, 0.07% 가량 확보했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다.
현재 규정상 보험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되거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되려는 주주는 처음 지분을 취득할때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회장의 지분을 가져와야 하는 만큼 미리 금융당국의 승인을 통해 신속한 지분 인수의 길을 열어둔 셈이다.
◇ 화룡점정은?
하지만 현재로선 이 부회장의 지분 인수가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당장 부담해야할 상속세도 5조~6조원으로 예상되는 등 현실적인 문제들도 있다. 이 회장이 와병중인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도 있다.
또 현재 순환출자 형태인 삼성의 지배구조를 이 부회장 체제에서도 끌고 갈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사를 제일모직과 합병시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제일모직 지분을 지렛대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의 사업영역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규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간 얽혀있는 출자관계를 해소해야 하는 등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만큼 당장 이를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도 적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로선 경영권 승계는 물론 지배구조 변화 등의 움직임은 없다"며 "다만 상속세 납부 등을 포함해 투명한 과정을 통해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원칙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