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한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은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제일모직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교부하게 된다.
이들 회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합병회사 사명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합병은 일정부분 예고돼 왔다. 그동안 재계와 시장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이전에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전자를 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인 방법으로 거론됐다. 이번 합병은 양사의 사업경쟁력 강화 외에 이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을 더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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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 및 테마파크 사업을 시작으로 건설, 식음료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2013년에는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변경했고, 기업 상장도 이뤄졌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된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되어 해외영업을 주도해 왔다.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에는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뉘어 전세계 50여개국에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2011년 삼성의 바이오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했고, 지난해에는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말 상장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건설, 패션 등 사업별 시장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사업 경쟁력과 해외영업 인프라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건설과 상사부문에서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삼성물산은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한 사업 정체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사업 다각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삼성은 "이들 회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패션, 식음, 건설, 레저, 바이오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 및 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각각 운영해 온 건설부문을 통합해 건설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고, 상사부문의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 4.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핵심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료 등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너지가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탈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하여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