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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사상 최악 손실..작년 3조+올해 5조+?

  • 2015.07.29(수) 18:37

대우조선 3조원·삼성중공업 1.5조원 손실
추가 부실 가능성 높아..조선 빅3 '안갯속'


국내 조선 빅3가 상반기 처참한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해양부문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손실 규모가 커졌다. 작년에 미리 해양부문의 손실을 실적에 대거 반영한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조(兆) 단위의 손실을 입었다.


특히 그동안 조선 빅3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왔던 대우조선해양은 3조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작년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쌓았던 삼성중공업도 1조5000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번 대규모 손실의 후폭풍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 경험 부족이 부른 참사

이번 조선 빅3 실적 참사의 공통 분모는 해양부문이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상선 발주가 급감하면서 국내 조선 빅 3는 해양부문을 블루오션으로 삼았다. 마침 고유가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부문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발주 물량이 쏟아졌다.

상선 발주가 급감하면서 이미 수주한 물량으로 버티던 조선 빅3에게 해양부문의 물량은 단비와도 같았다. 도크를 비워둘 수 없었던 빅3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해양부문 수주에 뛰어들었다. 해양부문은 공사비용이 통상적으로 조(兆)단위를 넘는 고부가가치 부문이다. 도크를 채울 수 있는 데다 가격도 높아 조선 빅3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호재였다.

하지만 조선 빅3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국내 조선 빅3는 상선에 특화돼있다. 상선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해양부문은 기술은 물론 기자재와 전문인력이 부족했다. 조선 빅3는 이런 점을 간과했다. 높은 수주액과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물량에 현혹돼 무작정 뛰어들었다.

 

▲ 리먼사태 이후 수주 가뭄에 시달렸던 조선 빅 3에게 늘어나는 해양 플랜트 물량은 그야말로 기회였다. 하지만 조선 빅 3는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은 물론 기술이 턱없이 부족했다. 높은 공사비용에 도크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무리하게 뛰어들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은 이제 조선 빅3에게 어닝 쇼크라는 거대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여기에 해양 부문은 글로벌 오일메이저들만의 세상이라는 점도 조선 빅3가 간과한 부분이다. 이들 오일메이저들은 수십년간 거래한 엔지니어링 업체들을 통해 해양 플랜트를 제작해왔다. 그만큼 폐쇄적인 사업이다. 해양부문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국내 조선 빅3들은 수주와 동시에 오일 메이저들과 극소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하청 업체로 전락했다.

해양 플랜트는 설치되는 장소와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설치될 곳에 최적화돼야 한다. 세심하고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극소수의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해양 플랜트를 독점해 온 이유다. 하지만 상선에 특화된 국내 빅3에게 이런 고난도 기술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잦은 설계 변경 요구에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핵심 기술도 모두 비싼 비용을 치르고 해외에서 사와야 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비용으로 연결됐고 국내 조선 빅3는 늘어나는 해양부문의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2분기 조단위의 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경험 부족'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자신들의 능력은 간과한 채 눈앞의 이득에만 현혹돼 무리하게 수주를 진행한 결과는 참담했다.

◇ 엇갈린 명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도 작년에 이미 최대 규모의 손실을 경험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 빅3가 해양부문 부실로 입은 손실액은 총 8조원에 달한다. 2년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잠재돼 있었던 부실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 셈이다.

해양부문 부실로 가장 큰 충격을 입은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경쟁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부문 부실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때에도 유일하게 수익을 냈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손실로 과거에 거뒀던 수익이 부실을 실적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였다는 점이 드러나게 됐다.

삼성중공업도 충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달리 작년 5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실적에 반영했었다. 이 때문에 작년 1분기에 362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수주했던 해양부문의 부실이 점점 더 커져갔다. 작년에 쌓았던 공사손실충당금으로는 빠르게 늘어나는 부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 2분기 삼성중공업이 1조5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이유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이번 참사에서 빗겨갔다. 작년에 이미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권오갑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현대중공업은 그동안의 부실은 물론 예상되는 부실까지 모두 실적에 반영했다. 그 탓에 작년 한해 현대중공업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실시했던 선제적인 대응은 올해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경쟁업체들이 잠재됐던 부실이 대거 실적에 반영되며 충격에 휩싸였지만 현대중공업은 2분기 적자폭을 줄였다. 물론 현대중공업도 해양부문의 부실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2분기에도 해양부문 공사 지연 등으로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이미 작년에 부실을 선반영한 덕에 대규모 참사는 면할 수 있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국내 조선 빅3가 수주한 해양플랜트는 수주액은 980억9000만 달러(112조8000억원)에 달한다. 해양 플랜트 건조는 수주 이후 약 2~4년 가량 걸린다. 이번에 조선 빅3의 실적 참사를 가져온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2012년~2013년에 수주한 것들이다. 이는 곧 향후 추가적으로 부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도 조선 빅3의 해양부문 부실은 아직 전부 밝혀진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적 급락의 여파가 이번 실적 발표로 한 번에 상쇄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단적으로 작년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던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도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아직도 매분기 해양부문의 부실이 계속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 시장에서는 조선 빅3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번 어닝 쇼크는 시작일 뿐 여전히 해양 부문의 부실이 존재한다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시추설비 인도 지연, 현금 흐름 악화 등 조선 빅 3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조선 업황 부진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 빅3들의 실적이 의미있는 개선을 하기에는 아직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 업황 침체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조선 빅3에게 해양부문 부실이라는 짐까지 얹어져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를 점치기가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의견이다.

시장에서는 조선 빅3에 대해 비관적이다. 2분기 어닝 쇼크와 더불어 시추설비 인도 지연, 현금흐름 악화 등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 빅3가 삼중고를 벗어나는 시점에 대해서는 빨라야 오는 4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작년 하반기 유가 급락으로 해양 시추업계는 급격한 실적 악화를 기록했고 시추업계의 부진이 올해 인도예정인 드릴 쉽 등의 인도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어닝 쇼크에 수주 정체, 시추설비 인도 지연은 조선업계의 현금흐름을 악화시켜 재무구조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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