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전성시대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디젤차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치부돼 왔다. 승차감도 좋지 않고 소음도 많았다. 소비자들은 '디젤=트럭'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180도 바꿔놓았다. 디젤차는 이제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이고 높은 효율을 지닌 차량으로 인식된다. 디젤차의 대명사였던 SUV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효자 모델이 됐다. 디젤 엔진의 인기는 가솔린 엔진의 고유 영역이었던 승용모델에까지 확대됐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디젤 차량의 인기 요인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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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차량은 이런 친환경차 열풍의 중심에 있다. 그동안 디젤 차량은 매연을 뿜어내는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졌었다. 하지만 기술 개발로 이제는 '클린 디젤'이라고 불릴만큼 친환경성을 갖췄다. 오히려 가솔린 차량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광받고 있다.
◇ 디젤 차량이 환경 오염의 주범?
흔히 디젤 차량을 떠올리면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배출하는 오염 물질의 양이 더 적다. 이산화탄소는 오히려 가솔린 엔진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다만 디젤 차량은 입상자물질(Particulate Matter)과 질소산화물이 다량 배출되는 단점이 있다. 입상자 물질은 발생한 뒤 일정기간 대기 중에 흩어져 존재한다. 입자의 크기가 물질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대기 중에 존재할 때는 시정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일부 미세한 흡입분진은 인체의 폐나 호흡기에 들어가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과거의 디젤 차량이 내뿜었던 시커먼 연기의 주범이 바로 입상자물질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 엔진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디젤 엔진의 단점들이 보완되기 시작했다. 연료 고압분사 방식을 적용해 엔진 효율을 높이고 배출물을 줄이는 후처리 기술도 적용됐다. 그 덕에 최근 ‘클린디젤’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오염물질 배출량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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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위:g·CO2 eq/㎞ |
현재 디젤 엔진은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 오는 9월부터 오염 물질 배출 기준이 강화되는 유로6를 적용받는다. 유로6는 현재의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NOx), 탄화수소(HC)의 배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이 때문에 연비를 높여 해당 배출가스를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은 유로6에 맞는 엔진을 장착한 디젤 차량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연료와 별도로 차량에 장착되는 촉매제로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요소수를 적용하거나 LNT(질소산화물 후처리장치), LNC(대용량의 촉매) 등의 기술을 적용해 질소산화물, 탄화수소를 저감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유로6 적용으로 매연 저감 장치들이 대거 장착되면서 디젤 차량의 출력이나 연비가 종전보다 떨어질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힘이 좋은데다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월등히 앞서는 만큼 디젤 차량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가장 현실적인 대안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차의 시대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서히 가솔린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이미 상용화돼 거리를 누비고 있다. 전기차도 인프라 구축이 미비해 아직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지만 잠재적 수요는 엄청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들이 선보이는 현재의 친환경차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친환경차의 대명사인 하이브리드카가 대표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하이브리드카는 총 3만3321대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판매량의 3%에 불과하다.
국내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작년 국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1만8823대다. 기아차도 8997대였다. 이는 현대·기아차 작년 전체 내수 판매량의 2.42%에 해당하는 수치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낯설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점도 하이브리드카 확산의 걸림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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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보스톤컨설팅그룹(단위:만대) |
전기차의 경우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본적으로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야 전기차는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운행 중 방전될 경우 충전하기가 용의치 않다. 전기차가 시장을 형성하고 안착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반면 디젤 차량의 경우 확실한 인프라를 갖춘데다 기술의 발전으로 친환경적인 측면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와 달리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많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가 가지지 못한 출력 등의 부분에서도 디젤 차량은 우위에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디젤 차량을 선택하는 이유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오는 202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클린 디젤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4.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기차와 고성능 하이브리드카를 앞서는 수치다. 경제성과 친환경성,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클린 디젤 차량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 차량은 총 8만2023대다. 전체 판매량의 68.4%가 디젤 차량이었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신규 등록 차량 89만8396대 중 51.9%가 디젤 차량이었다. 상반기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디젤 차량은 6종이었다.
업계에서는 디젤 차량의 판매 확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 시장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이미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디젤 차량이다. 미국의 시장 전문 분석 업체인 J.D.파워에 따르면 서유럽의 디젤 차량 점유율은 지난 2003년 44.2%에서 올해 55.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말됐다. 전세계 디젤 차량 점유율은 2003년 16.1%에서 올해 28.3%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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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J.D.Power |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자동차 엔지니어 협회(SAE)에 따르면 미국 내 디젤차 등록대수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14.3% 성장했다. 전체 미국 디젤차 시장규모도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연평균 9%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미국은 가족 구성원 감소에 따라 CUV 모델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AE는 오는 2018년까지 미국 신차 판매량의 3분의 1을 디젤 CUV 모델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솔린 위주의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비록 디젤 특유의 단점이 있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또 친환경성을 바탕으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과도기적 단계에서 디젤 차량이 각광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이 가진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의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보완이 될 것"이라며 “이런 단점들이 더욱 개선된다면 수소나 하이브리드 같은 미래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이전까지 디젤 차량이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이 가진 소음과 진동 부분에서의 단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보완이 될 것"이라며 “이런 단점들이 더욱 개선된다면 수소나 하이브리드 같은 미래 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기 이전까지 디젤 차량이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