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융…펑!"…"캬!"
30일 오후 7시20분. 저멀리 서울 여의도에서 노란 불꽃이 원을 그리면서 터지자 양화대교 다리 위를 가득 채운 인파 속에서 감탄 소리가 터져나왔다. 빌딩숲을 배경으로 1시간 넘게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이 화려한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면서 감탄은 점차 환호성으로 바뀌어갔다.
한화그룹 주관의 제15회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막을 내렸다. 불꽃공연은 저녁 7시20분부터 8시40분까지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한강시민공원과 노량진 사육신공원, 선유도공원 등 한강 주변 곳곳은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연인과 선유도공원을 찾은 최정연씨(33)는 "연휴도 시작했고 가을바람도 선선해 관람하기 딱 좋았다"며 "1년에 한번 있는 공연이고 불꽃축제가 열리는 곳이 드물어 매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표 가을 축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 행사는 단일 불꽃축제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발사된 폭죽 수만 10만개에 달한다. 총 예산은 7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축제를 기획한 문범석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차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불꽃축제이니만큼 지난해 12월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다"며 "세계적인 팀들을 초청하고 준비하는 데만 4~5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외국팀은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섭외했다. 이들 모두 100년 이상 대를 이어 불꽃 연출에 몰두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폭죽부터 발사대까지 공연에 필요한 소품들을 직접 제작한 것은 물론, 공연 연출 구상에 3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다.
'할리우드만세'라는 주제로 유명 영화 음악에 맞춰 감각적인 불꽃으로 축제의 포문을 연 팀은 미국에서 온 '파이로 스펙타큘러스'다. 두번째 공연팀 이탈리아 '파렌테 파이어웍스'는 '인생찬가'라는 주제답게 우아한 분위기의 불꽃을 선보였다.
▲ 세계서울불꽃축제의 불꽃 향연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관람객들. |
▲ 서울 양화대교 위에서 불꽃공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
현장 작업은 선유도공원 선착장에서 행사 한 달 전 시작됐다. 매일 대형 트럭이 선착장으로 폭죽 상자들을 날랐다. 500m 상공에서 지름 400m 원을 그리며 터지는 박 모양의 '타상연화' 폭죽 한 발은 성인 남성 주먹 여덟개 크기다. 발사포 높이만 1m를 훌쩍 넘는다. 이 폭죽 상자 한 면 길이는 3m 정도로 무게가 상당하다.
트럭이 운반해 온 폭죽 상자를 선착장에 정박된 바지선(소형 선박) 위로 옮기는 역할은 크레인 몫이다. 요란한 기계소리와 함께 바지선에 폭죽을 실으면 50여명의 인원이 바지선 위로 투입된다.
이들은 수작업으로 폭죽 상태를 점검한다. 비가 오면 비닐과 호일을 이용해 폭죽에 습기가 스며들지 않게 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한 발의 오발탄도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배 위에서 폭죽을 다루는 탓에 헬멧과 조끼 착용은 필수다. 현장이 화약과 땀냄새로 가득한 이유다.
작업이 끝난 바지선은 행사 시작 직전 원효대교와 한강철도 사이 한강으로 띄워졌다. 원격조정장치와 연결된 불꽃 발사체는 음악 리듬에 맞춰 싣고 있는 폭죽들을 쏘아올렸다.
문 차장은 "우리나라 최대 불꽃놀이를 준비한다는 사명의식을 갖고 준비했다"며 "이번 행사 때 시민들로부터 반응을 듣고 내년엔 더 멋있는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