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인공지능을 업무에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 일자리를 가져간다고 보기보다는 '도구'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엑셀을 활용하는 것처럼요.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 있을 인간 고유 능력은 앞으로 더 귀한 자원이 될 겁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 취업자의 4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다. 그야말로 '암울한' 미래를 전망했다. 기계를 다루는 이른바 블루칼라는 물론 사무직인 화이트칼라까지 직종을 망라한 모든 이들이 위험군에 속한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속절 없이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내주고 실직자로 살아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만난 김 선임연구원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그는 대비만 잘한다면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보고서를 통해 단순히 우리의 일자리 중 절반이 사라질 수 있으니 큰일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충격을 먼저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인공지능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3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경제학자 프레이 교수와 인공지능 전문가 오스본 교수의 연구 이후 본격화됐다. 이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 일자리의 47%가 향후 10~20년 사이에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나타났다.
김 선임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는 이들의 연구기법을 국내 노동시장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취업자 2660만명 중 43%(1136만명)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고위험군에 속한다. 대체 확률 50% 안팎인 중위험군도 39%(1036만명)에 달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직업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실제 이 연구는 전 세계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OECD의 경우 이 연구가 위험을 과대 추정했다고 비판하며 9%만이 고위험군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김 선임연구원이 이처럼 다소 충격적인 결과가 도출되는 연구 방식을 선택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연구처럼 기술의 충격이 클 거라고 예상을 하는 게 별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중요한 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망을 미리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 연구는 단순히 '대체 가능성'만 본 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는 기술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수요나 정부의 규제 등에 따라 매우 큰 영향을 받는다"며 "이 연구는 수요와 규제는 논외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어떤 일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경우도 있고 규제를 통해 막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가 강조하려는 것은 이런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관련 정책과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 '2018 비즈워치 포럼' 바로가기>
그는 "80년대 이후 경제 추세는 양극화가 심화하는 과정이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이런 흐름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옮길 수 있는 정책 등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굉장한 사회적 갈등이 초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경우 인공지능의 충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김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을 지금 우리가 엑셀 프로그램을 보듯이 도구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는 "처음 엑셀이 등장하면서 관련 일을 하던 분들의 일자리가 타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별 문제 없다"며 "인공지능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 역시 엑셀처럼 일반인들도 쉽게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보급'되리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통해 본인이 하는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는 업무는 넘기고, 우리들은 개인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분업을 할 수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지식 수명 주기가 짧아져 평생 교육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며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습득을 하는 오픈 마인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창의력과 대인관계 역량 등 여전히 남아 있을 인간 고유의 능력은 앞으로 더욱 귀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