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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화웨이 제재 괜찮을까?

  • 2020.05.21(목) 10:39

비메모리 거래비중 낮아…메모리 포함여부 촉각
메모리, 오포·비보 등 중국내 대체 가능

날이 갈수록 미국 행정부의 화웨이 길들이기가 매서워지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정부를 겨냥한 전쟁이다.

지난 15일(현지 시간) 해외기업이 미국 기술 일부라도 들어간 반도체를 화웨이 등이 등재된 '엔티티 리스트(블랙리스트)' 기업과 거래할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안을 추진중이라고 마국 상무부는 밝혔다.

2019년 5월에는 화웨이 본사와 68개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해당기업들이 자국 기업과 거래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했던 것의 후속타다.

이런 움직임들로 인해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재가 현실화되더라도 규제대상 품목이 비메모리 제품에 집중돼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만일 메모리 반도체까지 규제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도 매출처 다변화 전략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백도어 견제=통신장비=비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이번 제재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견제론이 통신장비에 집중하고 있음을 추측의 근거로 든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깐 통신망을 통해 자국을 포함한 여러 국의 비밀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지난해 기준 5세대 이동통신 장비 26.18%) 업체로 저렴하면서도 제품 기술력은 높은 강점을 지녀 세계 여러 곳에 설비를 설치해왔다. 통신장비의 핵심은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로직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다. 

비메모리 반도체 중심 '송곳 제재' 전망
삼성과 하이닉스, 메모리가 '주거래품'
최악의 경우 화웨이외 다른 곳과 거래

최근 대표적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 대만 TSMC가 보인 행보가 화웨이 제재가 비메모리에 집중한 것이라는 분석의 대표적 근거다. TSMC는 지난 14일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4조5000억원)을 들여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회로 선폭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TSMC가 미국 정부 규제에 미리 발맞춰 화웨이로부터 반도체 주문을 받는 것을 중단했다고 18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압박속 화웨이를 버리고 그 공백을 미국 기업에게서 메꾸기로 결정한 것이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로 화웨이가 주요 고객사다. 반도체 팹리스(설계와 판매 전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으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칩을 생산하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지난해 연간 매출의 14.3%를 화웨이 등 관계사로부터 거뒀다.

특히 화웨이는 14나노 이상급 회로 선폭 통신네트워크 칩 위탁 생산을 TSMC에 몰아줬다. 문제는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TSMC는 이 기술에서 미국 의존도가 15%를 웃돈다. 반도체 업계에서 "미국 정부가 이전부터 TSMC를 눈여겨 봤다"며 "이번 규제가 비메모리, 더 자세히는 TSMC와 화웨이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안"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삼성과 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에서는 화웨이와 거래가 많지 않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 아날로그 빛을 디지털 신호로 전환하는 이미지센서 부문에만 일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 매출에서 연간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 15% 안팎이다. 이 매출 대부분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발생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구형 스마트폰 모델에 삼성과 하이닉스 이미지센서가 탑재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를 겨냥한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두 회사가 당장 받을 피해는 크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TSMC 추격을 목표로 파운드리사업을 키우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화웨이의 생산 요청이 올 경우 난감한 입장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 '화웨이만 거래처 아냐'

최악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로 향하는 스마트폰용 메모리 반도체까지 제재 품목으로 삼는 것도 가정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제 실행되면 국내 업체의 화웨이 반도체 수출 절차가 까다로워질 가능성도 높다. 

실제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AMD, 마이크론과 본토 기업이 아님에도 영국 ARM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봐 화웨이와 거래 관계를 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삼성과 하이닉스가 솟아날 구멍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다른 중국 업체가 대체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자국 스마트폰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량 기준 41.4%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9%에서 7.5%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전체 기업 가운데 출하량이 유일하게 1% 늘어난 덕분이다.

반면 다른 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은 이 기간 17%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화웨이가 구글과 거래관계가 끊겨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을 쓰지 못해 해외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기간 미국 애플(12→14%), 중국 샤오미(8→10%)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며 화웨이 몫을 일부 흡수했다. 결국 화웨이 말고도 성장하는 대체 거래선과 거래하면 국내 업체가 매출 공백을 충분히 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화웨이만 거래선이 아니다. 다른 중국 업체 오포나 비보 등과 거래하면 된다"며 "실제 제재안 실행이 됐을 경우 단기적으로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그 여파가 상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티티 리스트 

미국 행정부에서 무역, 경제 발전 등을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가 공표한다.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에 위협이 되는 개인, 기업, 정부 등이 기재된다. 엔티티 리스트에 오르는 개인이나 집단은 미국 기업과 수출·입, 기술이전 등 거래가 제한된다. 과거에는 본토 기술이 25% 이상 들어갔을 경우 미국 기업이 엔티티 리스트 기업과 거래할 경우 정부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이번에 상무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해외 기업까지 거래 제한 범위를 넓히면서 미국 기술 적용률 문턱을 높이는 규제 강화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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