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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멘스' 따라야할 삼성…"준법의지 중요"

  • 2020.07.23(목) 14:17

삼성준법감시위원회 22일 첫 워크숍
뇌물스캔들 오명 씻어낸 지멘스 사례 공유

지멘스 위기 극복의 단초는 사실을 인정한 후 그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철저한 내부조사를 위해 숙련된 전문가를 고용해 실질적인 개혁을 시행한 것이다. 결국은 최고 경영진의 '준법경영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22일 삼성 용인 인력개발원에서 열린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첫 워크숍에서 박종근 지멘스코리아 윤리경영실장이 강조한 말이다. 지멘스는 172년 역사를 지닌 독일 기업이다. 자동차 및 제어시스템, 원자료 전력, 의료기기, 철도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독일에서는 삼성과 유사한 수준의 위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멘스는 지난 2006년 경영진의 분식회계, 공금횡령, 뇌물공여, 비자금 조성, 탈세 등 부정부패 행위가 드러나며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 나이지리아, 리비아, 그리스 등지에서 뇌물을 뿌린 것이 탄로났다. 당시 지멘스는 조사를 맡은 독일 연방범죄수사국이 "그동안 뇌물 수수가 지멘스 사업의 한 부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비리가 횡행했다. 

결국 지멘스는 2006년 뇌물공여 혐의로 8억 달러(약 96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고, 2008년에는 미국 국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벌금 8억달러를 추가로 냈다. 다수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기업 신뢰도는 당연히 바닥을 쳤다.

이후 지멘스는 낭떠러지로 떠밀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교체하고 경영진 평가에 기업 최초로 준법경영 항목을 도입했다. 준법경영을 잘 시행한 경영진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결국 지멘스는 2017년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올랐다. 준법경영을 바탕으로 무너진 기업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셈이다. 지멘스는 지난해에도 514건의 준법 위반 사안을 조사해 262건을 징계하는 등 여전히 준법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멘스코리아 박종근 실장이 '지멘스의 준법 제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삼성준법감시위원회

지멘스의 과거는 현재 삼성의 상황과 맞닿아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도 출범 당시 이같은 지멘스의 변화 노력을 롤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다. 준법위 첫 워크숍에서 '지멘스의 준법 제도'를 주제로 한 강의를 비중있게 진행한 것도 그래서였을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의 준법감시위부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날 박종근 실장은 준법위 위원과 사무국 직원뿐 아니라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7개 관계사의 준법지원인, 실무책임자 등 약 50여명 앞에서 지멘스의 준법경영 사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기업이 부정부패에 얼룩진 오명을 벗어내려면 그룹 최고위층부터 일선 계열사까지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며 "저부터 준법을 거듭 다짐하고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준법위 내부 위원인 봉욱 변호사(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세계 1위 기업, 준법이 생명이다'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기업에 대한 수사 사례, 변화된 시대에 준법경영을 위한 과제, 이에 대한 법률가의 역할 등이 내용으로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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