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세화'의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6개 분기 연속 적자의 늪을 벗어난 작년 3분기 이후 올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흑자다. OLED 패널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적자를 기록했던 어두운 과거에서 벗어났다.
시장 상황도 LG디스플레이에 유리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상승이 지속되자 OLED 패널이 반사이익을 얻어 수요가 증가했다. 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IT(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하반기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만큼 더욱 기대가 크다. 애플의 아이폰13 효과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2017년 연간 영업이익인 2조4600억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분기 최대 매출…재무 안정화 지속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6조965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2분기 사상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011억원을 시현했다. 작년 2분기엔 5170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10.1%로 16개 분기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 이익률은 25.4%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238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무안정성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전분기 대비 11%포인트 감소한 164%를 기록했고, 순차입금도 456억원 줄어 순차입금 비율도 69%로 6% 포인트 낮췄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 전무는 "2분기의 양호한 실적은 LCD 시황 호조뿐 아니라 OLED 사업 정상화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OLED를 포함한 TV 부문의 매출 확대와 IT의 견조한 실적이 전반적인 손익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TV 매출의 확대는 제품별 매출 비중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올 2분기 TV 매출 비중은 38%로 IT 매출(39%)과의 비중 차를 1%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 지난해 2분기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IT 제품이 호조였을 당시 IT 매출 비중(52%)과 TV 매출 비중(23%)은 두 배 이상 차이 났다. IT 매출이 견조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TV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TV 내에서의 비중도 LCD에서 OLED 중심으로 옮겼다. 현재 LCD TV 캐파(CAPA·생산능력)는 과거의 절반 수준이다. LCD는 수익성 높은 IT 제품에, TV는 OLED에 집중하는 것이 LG디스플레이의 기본 전략이다.
실제 OLED TV의 경우 상반기 출하량만 350만대다. 이미 지난해 연간 출하량의 80%를 넘겼다. LG디스플레이 측은 3분기 OLED TV 패널의 200만대 초반 출하를 목표로 두고, 올해 연간 판매 800만대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생산확대를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OLED 팹 생산능력을 월 6만장에서 9만장으로 늘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서동희 전무는 "광저우에 추가로 3만장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되면 내년 1000만대, 내후년에는 1100만대 공급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OLED 업고 역대 최고 실적 노린다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는 3분기부터는 더욱 기대가 크다. 현재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한 초대형 시장에서는 OLED TV의 수위를 지속 강화하는 한편, 중형 프리미엄 시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동시에 OLED만의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고수익·고성장 분야를 발굴해 육성할 방침이다.
서 전무는 "올해 대형 OLED 사업은 전년도 하반기 대비 흑자 실현이 목표"라며 "오는 2022년 한 자릿수 중반, 중장기적으로는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만들겠다"고 제언했다.
IT부문도 전 제품군에서의 수요 호조가 예상되는 만큼, 2분기 대비 성과가 개선될 것으로 내다본다. 경쟁 우위 사업은 더욱 강화한다는 원칙이 실적 개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IT 중심으로 생산 능력을 전환하고, TV 사업은 초대형 및 커머셜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 중심으로 운영하는 기조를 지속 유지할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차량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올레드(POLED) 부문은 내부 역량 향상을 통해 사업이 안정화됐다고 평가하고, 수익 기반을 다지는 데 힘쓸 전망이다. 고객과의 파트너십을 지속해 물량을 확대하고 신모델 준비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웨어러블 등 고수익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4년 만의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패널 시장에서의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와 OLED 투자에 따른 비용 확대로 2019년 1분기부터 작년 2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해왔다. 연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17년 연간 최대치인 2조4620억원에서 2018년 930억원으로 급감한 뒤 2019년 1조3590억원, 2020년 2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수익 개선에 성공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억2240억원이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계절성 요인으로 '상저하고' 실적 기조를 나타낸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올해 2억4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29조7110억원, 영업이익 2조4336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 "과거와 같은 실수 없다"
특히 POLED 사업의 경우 LG디스플레이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처음으로 애플에 아이폰용 패널을 납품했고,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폰13 흥행에 자신감을 보이는 애플이 초도 물량을 20% 늘리면서,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패널 물량도 작년 2000만대에서 올해 5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서 전무는 "POLED 증설을 검토하고 있으며, 공유 가능한 시점에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과거 OLED 패널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그는 "대규모 OLED 투자 후 적절한 시점에 제때 양산에 돌입하지 못하고 매출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회사를 힘들게 했다"며 "이는 대규모 투자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역량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지 철저하게 사전 검토하고 투자 이후에도 물량·수익성은 확보 가능한지 면밀하고 냉정하게 살펴, 이 조건들이 부합되면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서 전무는 "투자가 진행되면 과거처럼 제대로 양산이 되지 않고 물량과 수익성 확보가 안 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