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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복귀 첫걸음, 3년 전 겨울과는 달랐다

  • 2021.08.13(금) 15:19

2018년 2월 출소 때는 부친 병상부터 찾아
이번엔 삼성 서초사옥 직행…'경영 최급선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소한 후 탑승한 차량이 서초사옥에서 멈췄다. 우선 한남동 자택을 간 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안장된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을 것이란 관측과 달랐다.

무엇보다 그의 가석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센 만큼 그의 경영 복귀가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깨는 행보다. 총수 부재로 삼성의 경영 상황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가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13일 오전 10시10분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태운 차량은 이날 오전 11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도착한 모습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 부회장이 이 차량에서 내린 장면이 목격되지는 않았지만, 차량이 다른 곳에 멈추지 않고 곧바로 서초사옥으로 왔다는 점에서 그가 경영현장을 곧장 찾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차량은 통상 사옥에 주차한다는 점에서 차만 두고 이 부회장이 다른곳으로 자리를 옮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그가 서초사옥을 빠져나간 모습 역시 드러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홀로 다니기도 한다"며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적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서초사옥 방문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진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그는 집무실에서 밀린 경영 현안과 앞으로의 일정 등을 보고 받으며 점검하는 것으로 보인다. 207일 만의 사회 복귀 후 첫 행보다.

특히 이번 행보는 3년 전인 2018년 2월 구속 수감 353일 만에 석방됐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병상에 누워있던 이건희 회장을 찾았다. 그는 출소 직후 취재진을 만나 "지금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고 말하고 구치소를 떠났다. 이후 약 한 달은 외부 활동이 포착되지 않았다.

다만 2017년 1월 서울구치소에 일시 수감됐다 영장이 기각돼 풀려났을 때는 곧장 서초사옥 집무실로 향해 업무에 임했다. 당시에는 수감 기간이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에 곧바로 업무 현장을 찾은 것은 이 부회장도 최근 삼성의 경영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반도체와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 결정, 대규모 인수·합병(M&A), 갤럭시 폴더블폰 출시 등 빠르게 가닥을 잡아 판단하고 대응할 현안이 산적한 상태라는 점에서다. 또 이런 점을 부각시키려는 첫 행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이날 출소한 뒤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 잘 듣고 있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비친 답이었다. ▷관련기사: 풀려나는 이재용, 대규모 투자로 답할까(8월9일)

이 부회장이 업무 복귀에 속도를 내면서 해외 출장 일정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집행유예에서 풀려나고 45일 뒤에 유럽, 북미, 일본 출장을 2주가량 다녀오며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5월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과 함께 중국 선전으로 출장길에 올랐고, 6월 일본과 홍콩, 7월 인도, 9월 유럽을 방문했다. 닷새 만인 그해 10월 베트남으로 떠나 베트남 총리를 만났고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12월엔 인도를 방문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글로벌 경영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은 가석방 상태라 글로벌 경영을 하려면 법무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해외 방문 목적이 명확해야 승인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 부회장의 신분이 확실하고 도피 가능성도 사실상 없기 때문에 법무부의 승인 절차는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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