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의 사업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지난달 말 급락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과 함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재확산하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정제마진은 올해 초부터 지난 10월까지 상승을 거듭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유사업 실적도 개선 추세였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꺾이면서 연말을 앞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 실적에도 충격이 예고된다.
정제마진 '털썩'
정유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달 평균 5.2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를 찍은 지난 10월 7.5달러에서 2달러 이상 내린 것이다.
정제마진은 지난 10월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팬데믹 선언 이전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2019년 월간 정제마진 가운데서도 올해 10월보다 높았던 달은 9월(7.7달러)밖에 없었을 정도다.▷관련기사: '치솟는 기름값'에 정유업계 이제야 웃는다(10월20일)
전문가들은 이렇게 급격히 정제마진이 하락한 원인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일부 국가의 이동제한 조치가 실행되면서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진 탓으로 보고 있다. 원유보다 석유제품(휘발유·경유 등)의 가격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예상된 것이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초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정제마진은 최근 급락하는 모습"이라며 "유가가 하락한 영향도 있으나, 유럽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오스트리아 등 일부 지역에서 이동제한 조치가 실행돼 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진 것이 더 주요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변이 공포, 지나친 걸까?
최근 출현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전염성이 높다는 분석은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인 모더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규 백신이 필요할 경우 다른 제조사인 화이자 등이 제조에 나서면 2~3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시장 우려에 따라 국제 유가도 하락 전환했다. 국제유가는 11월 현재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80.3달러다. 지난 10월 81.61달러에서 소폭 내려갔다. 지난달 4주차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직전주 대비 29.1원 내린 리터당 1687.5원으로 2주 연속 하락했다. 다만 이는 정부가 최근 유류세를 인하한 영향도 반영된 측면이 있다.
변이 등장에 따른 정제마진 급락을 지나치게 걱정스럽게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전반이 코로나19에 대한 내성이 쌓였고 공급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러스 재확산에 따라 정제마진은 단기 조정 가능성이 있으나, 조정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미국 정제설비 가동률은 90%에 육박하나 미국 휘발유 재고는 최근 4년 최저치까지 줄어든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