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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 역할 못하는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 2022.09.27(화) 07:40

전임상 제외 임상1~3상까지 자체 중단도 공시 대상
"적극적 가이드라인 배포 통해 경각심 고취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지난 2월 초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공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났는데도 기업들 사이에서 새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카테고리별 공시항목으로 △임상시험 △품목허가 △기술이전 계약 △국책과제 △특허권 계약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동안 임상시험 관련 공시는 대부분 기업 자발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 성공 여부에 있어 투자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금융당국은 2020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임상시험 계획 승인사항 위반 △임상시험자 자료집의 허위 기재 △중대한 안전성 문제 등의 사유로 규제기관이 임상시험을 중지(Clinical Hold), 의약품 등의 사용금지 또는 회수‧폐기 등 조치를 한 경우를 임상시험 중단 공시 사례로 제시했다. 

임상 참여자 모집이 어렵거나 경쟁약물 출시로 인한 시장환경 변화 등의 이유로 기업이 자체적으로 임상을 중단할 경우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임상중단 공시의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다시 가이드라인을 손보고 △상장법인의 회신(Clinical Hold Complete Response) 및 이에 대한 규제기관의 후속조치 등 제반 진행경과 △상장법인이 임상시험 진행의 중도 포기, 취소, 장기간 중지 등을 추가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자체 임상 중단 역시 해당 기업의 경영 또는 재산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정보로 판단하면서다. 다만 인체 임상시험 실시 전 동물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의 약리․독성을 실시하는 '전임상'은 공시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새로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던 A제약사는 지난 2월 임상2상에 돌입했다가 지난 6월 임상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공시는 없었다. 회사 측은 시장여건 변화로 임상을 중단했으며 코로나 치료제 임상 시작도 공시하지 않아 중단도 공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일부 기업들 중에는 이미 임상을 중단하고도 공시를 하지 않고 있는 곳도 있다.

과거에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규 후보물질 연구개발(R&D) 소식을 알리고는 개발 도중에 포기, 수년이 지나 소리 없이 해당 파이프라인이 사라진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제는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임상을 제외한 나머지 임상 1~3상은 임상 중단 시 공시를 해야 한다. 새 가이드라인을 아직 인지하고 있지 못한 기업들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새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상 1상에서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새 가이드라인을 놓친 기업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1상 중단 시 공시에 소홀한 이유는 정상인을 대상으로 약물의 독성 및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1상의 경우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시 각 단계별 성공 가능성은 임상1상이 63.2%로 가장 높고, 임상3상이 58.1%였으며 임상2상이 30.7%로 가장 낮았다. 사실상 임상2상이 신약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문턱이자 개발 단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수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 2~3상은 공시를 철저히 하는 편이지만 임상1상 공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했다. 새 가이드라인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새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기업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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