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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첫 전기차 'ID.4'…"편안한 아빠차인 이유"

  • 2022.10.17(월) 16:06

[차알못시승기]
편안한 주행 '인상적'…가속력은 아쉬워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차 'ID.4'./사진=김동훈 기자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차 'ID.4'를 이달 초 타봤다. 시승 코스는 경기 성남시에서 강원 춘천시까지 왕복 220km.

하필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고, 개인 사정으로 9세 아들과 둘이서만 장거리 이동을 하려니 걱정이 많이 됐다. 하지만 뒷좌석에 앉은 아들은 "아빠, 차가 넓고 편해"라며 안심시켜줬다.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점을 고려하면 실내 공간이 생각보다 넓었고, 승차감 또한 편안했기 때문으로 보였다. 도심에서 저속 주행할 때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달릴 때도 그랬다.

운전하는 내내 비가 쏟아지는 악천후임에도 차량 내부는 고요했다. 아들이 잠든 뒤 과감하게 엑셀러레이터를 밟기도 했지만 깨우기 전까진 깨지 않을 정도였다.

폭스바겐 측은 "ID.4는 짧은 오버행(차축-차단 거리)과 2765mm의 긴 휠베이스(앞바퀴 차축-뒷바퀴 차축 거리) 덕분에 기존 동급 SUV 모델과 비교해 넓고 편안한 실내 공간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사진=김동훈 기자

ID.4의 덩치는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585·1850·1620mm다.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전장 4785~4800mm 전폭 1900mm, 전고 1685~1710mm)보다는 조금 작은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차량은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림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회생제동(차량이 감속할 때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는 것) 탓에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는듯한 느낌이 나는 현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ID.4가 제공하는 D(드라이브) 또는 B(브레이크) 등 두 가지 주행 모드 모두에서 에너지 회생 제동이 내연기관차와 유사하게 이루어지도록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 측은 "D 모드에선 타력 주행 콘셉트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제동 기능이 활성화된다"며 "B 모드에선 더 적극적이고 에너지 회생제동이 가능한데, 완전한 정지상태에 도달하거나 더 강력한 제동력이 필요한 경우에만 유압식 브레이크가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사진=김동훈 기자

주행 능력은 꽤 민첩했고, 코너링도 부드러웠다. 빗길인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안정감을 보였다.

다만 가속 능력은 밋밋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 속도감을 즐길 수는 없는 차량이란 생각이다.

차량 최고 출력은150kW(204마력), 최대토크 31.6kg.m(310Nm),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은 8.5초.

기아가 최근 내놓은 전기차 'EV6 GT'와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차량이란 생각에 이른다. EV6 GT의 제로백은 무려 3.5초, 최고 속도는 시속 260km다. 이 차량 최고출력은 전후륜 모터를 더한 합산 최고출력은 430kW(585마력), 최대토크 75.5kgf·m(740Nm)에 달한다.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폭발적 가속 성능을 추구하는 사람보다는 가족을 안전하게 태우고 다니고 싶은 사람을 겨냥한 것 같다.

회사 관계자도 "고속에서 가속감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패밀리 SUV용으로 충분한 수준으로 설계한 차량"이라며 "폭발적 가속력은 아니지만 평상시엔 충분한 파워와 가속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 실내 인테리어./사진=폭스바겐 제공

ID.4에는 폭스바겐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도 기본 탑재됐다. 주행 중 운전자가 일정 시간 반응이 없으면 주행을 멈추고 위급상황을 알리는 '이머전시 어시스트'(Emergency Assist) 또한 새롭게 추가됐다.

아울러 △앞차와의 거리를 고려해 속도와 차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 △프로액티브 탑승자 보호 시스템 △전방추돌경고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제동 시스템(보행자 및 사이클리스트 모니터링) 등이 적용돼 어두운 빗길을 주행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능형 인터랙티브 라이팅 시스템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가 탑재돼 주행 상황이나 차량 진행방향에 맞춰 라이트를 비추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로 110km가량 달리자 배터리는 22%p 정도 줄어들었다. /사진=김동훈 기자 ​

목적지에 도착한 뒤 차량 배터리를 살펴보니 72% 정도 남았다. 기존 94%에서 22%p 정도 줄어든 것. 에어컨과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대부분 작동한 것 기준이다. 수도권에서 출발해 강원도 방향으로 왕복 여행을 다녀오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차량은 1회 충전에 405km의 복합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종일 비가 내린 탓에 차량 내외부는 비가 내리지 않는 날에 다시 살펴봤다. 외관은 헤드램프만 봐도 크게 각진 곳 없이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이다. 

계기판 기능을 하는 5.3인치의 'ID.콕핏'은 앙증맞다. 주행속도, 주행가능 거리 및 배터리 충전 현황, 운전자 보조시스템 등 운전자가 주행할 때 필요한 주행 및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치 스마트폰을 핸들 앞에 놓고 달린다는 느낌이 등 정도로 계기판이 작다는 인상이나, 장거리를 주행하면서 적응할 수 있었다.

검은색과 갈색이 섞인 인테리어는 무난하다. 대시보드 중간에 위치한 12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선 운전석∙동승석∙뒷좌석의 온도를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무난한 디자인과 각종 첨단 편의 기능은 어색하지 않게 조화를 이뤘다. 차량 성능에서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사이의 조화를 추구한 점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폭스바겐 전기차 ID.4에서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를 열어보았다. /사진=김동훈 기자

물론 실내는 화려하거나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선호하는 사람이 보면 다소 밋밋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승하차·전화 수신 등 상황에 맞춰 다양한 색상의 라이트가 실내 곳곳에서 작동하며 감성을 더해줬다. 

개방감이 특징인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도 작동를 작동해보면 '뚜껑이 닫힌 상태지만 오픈카를 탄 것처럼' 맑은 하늘이 차량 안으로 쏟아진다.

폭스바겐은 ID.4를 유럽 외 수출국 중에서 한국에 가장 먼저 출시하면서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차량 가격은 5400만원대로 책정됐다. 

초기 평가는 회사의 콘셉트와 기대에 부합하는듯하다. 실제로 ID.4는 지난달 국내 출시 2주만에 수입 전기차 중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수입차 가운데서도 BMW '520', 메르세데스-벤츠 'E 250'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ID.4를 '10월의 차'로 선정하기도 했다. 상품성 및 구매 의향도 항목에서 8.3점(10점 만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안전성 및 편의 사양 항목에서도 7.0점을 획득하면서다. 벤츠 '더 뉴 EQE', 아우디 'Q4 스포트백 e-트론', 현대차 '아이오닉6'가 경쟁차량이었다. ID.4의 초기 성과가 계속될지 궁금한 시점이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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