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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고장부품 장착해 사고 재현하는 사람들 '왜?'

  • 2023.05.08(월) 06:00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전기차 결함조사 연구
사고데이터 수집해 원인진단·대안모색 '전기차시대 핵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본부 연구원들이 전기차 안전 연구활동을 위해 코나 일렉트릭 차량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주=정민주 기사] 전기차는 친환경 이지만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이동수단이란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사고나 결함이 발생해도 원인 규명이 쉽지 않고 사고빈도에 비해 피해규모가 크다. 전기차 대세론에 자신하는 자동차업계도 마음 한 켠엔 안전 문제가 남아있다. 이에 따라 최근 자동차업계에선 전기차 안전 문제에 관한 연구활동이 활발하다. 

많이 팔릴수록 리콜 늘어…'문제는 원인규명'

업계에 따르면 결함이나 사고로 인한 전기차 리콜대수는 지난해 20만5344대로 집계됐다. 등록대수 41만478대 중 절반이 리콜 받은 셈이다. 전기차 리콜대수는 지난 5년 새 17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8배 늘어난 등록대수보다 빠른 속도다. 리콜 항목은 소프트웨어(SW)와 고전압배터리가 가장 많다.

전기차 시장이 커졌기 때문에 리콜대수가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업계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다. 여기에는 원인 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리콜부터 실시한 행태가 한 몫 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법인세종 이광범 고문은 "여론에 이끌려 리콜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리콜 조기실시는 불완전한 리콜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든 사고에서 중요한 건 바로 원인조사다. 원인을 찾아야 다음 사고를 예방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역사가 짧은 만큼 사고 원인에 대한 정보가 태부족"이라고 강조했다. 결함이 발견되면 우선 리콜부터 하는 대처도 정보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 이유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제주본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출범됐다.

전국 7개 본부 중 전기차 사고와 관련한 연구는 제주본부에서만 진행된다. 제주본부 내 전기차 진단 기술센터를 두고 △전기차 고장 데이터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고장유형별 분석 및 검증기반 구축 △관련 업체 기술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출범 4년차다. 지난해에는 전기차 핵심부품평가장비 25종도 구비했다.

이곳에서 2021년 2월부터 8개월간 모은 전기차 사고 관련 데이터는 3.6TB에 이른다. 고장 부품을 준비된 전기차에 장착해 사고를 재현해보는 방식으로 5초마다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필요에 따라 전기차 관련 업체들에게 공유한다. 전기차 사고 원인과 관련한 연구는 제주본부가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사고 원인 진단을 위한 신기술도 연구 중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전기차의 전비 측정 및 분석, 주행 재현을 통한 전기차의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원인 규명이 유독 어려운 사고도 있다. 바로 화재다. 발화 3초 만에 차체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기 때문에 원인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화재 사고는 바로 인명피해로 직결될 정도로 가장 위험한 사고 유형이다. 

애당초 충격을 최소로 받게끔 설계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화재 사례를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현대자동차는 전기차 부품별로 발생할 리스크를 검토하고 개선방향을 마련해 신차 개발 시 적용한다. 백창인 현대차 상무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관련해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모듈·시스템 단위의 단품 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지난 2일 제주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와 안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안전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1년 7월 개정된 국내 전기차 안전기준 시험수는 12개로 전기차 선진국인 유럽보다 3개 더 많지만 전기차 안전 관련한 관심이 지대한 만큼 추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은 전기차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정부가 쉽사리 움직이기 힘들다는 반박도 나온다.

2030년이면 자동차 3대 중 1대꼴로 전기차가 돌아다닐 전망이다. 안전한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의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급발진 추정 사고 관련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모여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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