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연속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며 '인재 동행'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병철 창업회장의 인재제일·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1990년 제정했다. 올해 34회를 맞이했다.
50여명 임직원도 총출동
호암재단은 31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이 회장은 행사 시작 10분 전인 3시50분경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부회장) △한종희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부회장)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경계현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등 5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날 취임 10일 차인 전 부회장은 중점하는 사업 분야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 두루 보고 있다"고 답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올해 신규 M&A(인수합병)에 대한 질문에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지나갔다.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은 올 7월 진행될 갤럭시 언팩에 대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인재 우선 철학 이어간다
삼성호암상은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공헌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낸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특히 호암재단은 지난 2021년 기존 1명에게 시상하던 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2개 부문으로 확대했는데, 이는 이 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공학이나 의학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시상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과학·공학·의학 등의 분야의 인재 격려를 통해 선대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고, 나아가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동행'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호암상과 학술·연구사업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호암재단에 2021년부터 3년째 개인 기부를 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4억원, 2022년에는 2억원, 작년에는 2억원을 기부했다.
이 회장이 3년 연속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도 인재 위주 철학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은 2016년 사법리스크 이후 한동안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다가 2022년부터 참석을 재개했다.
삼성은 삼성호암상 외에 미래기술육성사업과 산학협력을 통해서도 국가 기초과학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물리와 수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원 중이다. 삼성이 지원한 연구 과제 관련 논문이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국제 학술지에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또 국내 대학들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위해 산학협력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올해 수상자는 △과학상 화학∙생명과학부문 혜란 다윈(55) 미국 뉴욕대 교수 △과학상 물리∙수학부문 고(故) 남세우(54)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 △공학상 이수인(44) 미국 워싱턴대 교수 △의학상 피터 박(53)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예술상 한강(54) 소설가 △사회봉사상 제라딘 라이언 수녀(76) 등이며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씩 총 18억원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