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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 차남 조현문, 강요미수 위험 알고도 강행한 까닭

  • 2024.09.10(화) 14:00

10년 묵은 형제 갈등, 해빙 무드 속 10차 공판
핵심인물 공 아무개 변호사 2차 증인신문
"조현문에게 강요미수 가능성 고지했다" 증언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난 7월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관련 재판서 "강요미수 가능성을 사전에 알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는 핵심 인물인 공 아무개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서 나온 내용이다. 

공 변호사는 2013년께 조 전 부사장의 메시지를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과 효성 임원 등에 직접 전달한 이로, 효성가 '형제의 난' 핵심 인물 중 하나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강요미수 혐의 적용 가능성에도 불구, 조 전 부사장이 일련의 단계를 진행했던 이유는 효성가(家)와의 완전한 이별을 위해서라는 게 증인의 주장이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3년 효성그룹을 떠났다. 사임을 결정한 당시 그는 부친인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과 조현준 회장을 상대로 검찰에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회사 성장의 주역'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구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 배포를 거부했고 검찰은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했다.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회사의 위법·부당한 경영 방침에 반발, 감사를 진행하는 등 내부시정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가족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고 이에 사임키로 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사임 이후 추문 등 유포 가능성이 있어 퇴사 관련 보도자료 배포를 요청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이와 관련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효성 계열사 대표들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조 회장은 동생인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했다며 2017년 맞고소했다. 

"사임 후 근거 없는 추문 없길 바란 것"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부사장과 공갈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뉴스컴) 대표의 공판을 열고 공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그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은 앞서 7월 15일 열린 공판에 이어 이날 2차로 진행됐다. 당시 신문이 길어지면서 이번 공판으로 이어졌다. 

지난 공판서 그는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메시지를 매우 강한 어조로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수행했고, 전달받을 사람별로 밀봉된 봉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재봉 비서실장과 이상운 부회장, 동생인 조현상 부사장(현 부회장)을 만났다고 부연했다. 

"비리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가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밝혔다. 그의 가방 안에는 △조 전 부사장의 ㈜효성 사임서 △이들 각자에게 전달할 '파이널 메시지' △보도자료 초안 등 크게 3가지가 준비돼있었다. 

이번 증인신문 과정에선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 적용 가능성'을 이미 알렸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변호인의 "(조 전 부사장이) 보도자료를 내달라고 강요했다고 강요미수로 기소됐는데 그렇다면 증인도 공범이지 않나. 변호사로서 강요미수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일을 했던 건가"라는 질문에 공 변호사는 "고객(조 전 부사장)에게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고지까지 했었다"고 답했다. 

법률 대리를 맡은 만큼 고객에게 위험성을 사전 고지했고, 본인도 리스크를 감수한 채 요청에 따랐다는 게 공 변호사의 입장이다. 

공 변호사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완벽한 사임'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사임서 수리와 보도자료 배포 요구는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조 전 부사장의 사임의사가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임서를 준비했고, 사임 관련 근거 없는 소문으로 명예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해 보도자료 초안도 준비했다는 것이다.

"효성 불법과 '완전한 결별'이 근본 목적"

공 변호사는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배우자 관련 지라시 등 부정적 동기로 사임한다고 언론에 비춰질 것을 매우 염려했고, 실제 그것이 사실도 아니었다"며 "이런 얘기(비난성 추측)가 아예 나올 여지가 없도록 '효성에 있을 때도 잘 했다'는 보도자료 내용으로 정리되길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이 자리를 옮길 곳에서 보도자료를 내는 이른바 '플랜B'도 염두에 뒀으나 이보다는 적을 뒀던 효성이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게 무게감과 모양새 측면서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근원적 동기에 대해선 이렇게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일할 당시 임무 달성의 목적은 '효성의 불법 비리로부터 자유로워야 된다'는 자체였다. 이를 관철시켜야 된다는 큰 틀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이 보도자료 내용대로 내주지 않으면 서초동 가겠다'라고 들었을 수 있고, 그 표현 자체가 문제가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최소한 실행 동기 자체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공 변호사의 주장이다. 

또 조 전 부사장이 효성 비상장사 지분 매각을 원했던 까닭에 대해선 "특수관계인으로 얽혀 있다 보니 그에 따르는 불편, 부정적 언론이 미치는 여파 등에 염려가 매우 컸다"며 "이것을 끊어내야 된다는 고심을 많이 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공판은 효성가 형제의 난이 화해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진행돼 이목이 쏠렸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8월 입장문을 통해 "조 회장 등 공동상속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최종적으로 동의했다"며 "가족 간 화해의 물꼬를 트는 중대한 전환점이고, 협조해 준 공동상속인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분리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 진실에 기반한 형제간 갈등의 종결 및 화해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앞서 7월 조 전 부사장이 기자간담회을 열고 상속재산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공동상속인인 형제 2인이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 및 협조할 경우, 상속세 감면 혜택이 있어 재단에 출연할 기금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효성으로부터의 100% 자유'를 원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저의 가장 큰 희망은 효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며 "저의 계열 분리를 위해 필수적인 지분 정리에 형제들과 효성이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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