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최지훈 기자] 미국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 소속 동부 항만 근로자 2만5000명이 내달 1일 예고한 파업이 HMM에 복합적인 문제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달 24일부터 25일까지 부산항만공사(BPA) 주최로 열린 부산국제항만컨퍼런스(BIPC)에서다. 전문가들은 물류 일정 차질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고 HMM은 디지털화와 새로운 해운동맹 등을 통해 이를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미 항만 파업, HMM 비용 늘고 매출 줄고
이번 컨퍼런스에선 미국 동부 항만이 폐쇄될 경우 선박들은 5~7일 동안 대기하게 돼, HMM의 물류 일정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드류리(Drewry Shipping Consultants)의 컨테이너 분석 수석 매니저인 사이먼 히니(Simon Heaney)는 파업으로 인해 HMM의 운송 일정이 2~3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이먼 히니에 따르면 파업 기간 동안 발생할 체선료(계약된 기간 내에 화물을 선적하거나 하역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비용)가 HMM에 비용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는 "1일 컨테이너 한 개당 13만원에서 19만5000원의 체선료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5일간 대기할 경우 컨테이너 하나당 65만원에서 97만50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항만 혼잡으로 인해 기존 항만 이용료에 10~20%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HMM은 파업으로 인한 미 서부 항만 쏠림 현상과 항만 혼잡으로, 10~20%의 화물을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존 버틀러(John Butler) 세계해운협회(World Shipping Council) 회장은 2024년 상반기 HMM 매출 기준 1일에 약 403억원에서 806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과거 2002년 미국 서부 항만 파업 당시, 10일 동안의 항만 폐쇄로 인해 미국 경제는약 7조9530억원에서 25조184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동부 항만 파업도 유사한 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동부 물량 서부로 쏠리며 혼잡
미국 동부 항만 파업으로 화물이 서부 항만으로 몰리면 혼잡이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라스 얀센(Larse Jensen) 시인텔(Sea-Intelligence) 대표는 화물 쏠림 현상으로 선박 하역 작업이 24~48시간 지연될 수 있으며, 이는 연료비와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해운컬설팅 기관인 알파라이너(Alphaliner)의 얀 티데만(Jan Tiedemann) 수석 연구원은 서부 항만에서 대기하거나 우회 경로를 사용할 경우 1일 6625만5000원에서 1억3251억원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선복(선박의 적재 공간) 부족 문제는 HMM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세계해운협회는 선복 부족으로 인해 HMM이 화물의 10~20%를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최대 5754억여원의 매출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디지털화·MSC 협력이 공급망 혼란의 해결책
미국 항만 파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디지털화와 MSC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싱가포르 해운 전문 조사 분석 기관인 라이너리티카(Linerlytica)의 탄 후아주(Tan Hua Joo) 대표는 "HMM이 디지털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화, 특히 AI 기반 예측 분석 시스템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HMM은 향후 5년간 23조5000억원을 디지털화에 투자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HMM은 디지털화를 통해 AI 기술을 선단의 경로에 접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료 절감과 운송 지연 최소화할 예정이다.
제레미 닉슨(Jeremy Nixon) Ocean Network Express (ONE) 대표는 "HMM과 MSC의 협력이 슬롯 교환(slot exchange) 방식으로 이루어져 스케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선박의 회전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협력이 아시아-유럽, 아시아-미국 항로에서 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운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슬롯 교환 방식은 해운사들 간에 선복(선박의 적재 공간)을 상호 교환하는 방식으로, 각 회사가 운항하지 않는 항로에서도 서로의 선박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할 수 있게 해주는 협력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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