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이어 한화오션 사업장을 잇달아 찾았다. 그룹 방산 사업을 직접 챙기기 위한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20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R&D캠퍼스'를 방문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5월 공식 출범한 이래 김 회장이 해당 사업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간 '조선 협력'을 시사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14일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은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은 현장경영 행보이기도 하다.
"거친 파도 막는 든든한 방파제 될 것"
이날 행사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도 참석했다.
김 회장은 시흥 R&D 캠퍼스 현장을 둘러본 후 임직원들에게 "미국 등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초격차 기술경쟁력 확보하자"며 "해양 탈탄소 시대를 선도할 그린십(Green Ship) 기술과 방위산업(방산) 기술 혁신으로 조선·해양 분야서 지속가능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자"고 주문했다.
김 회장이 찾은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는 업계 '최고·최초·최대·최신'의 수식을 받는 각종 시험 설비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 및 예인수조, 국내 유일 음향수조 등 첨단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다. 초격차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거점으로도 불린다.
우선 김 회장은 공동수조를 방문해 연구진의 시연을 지켜봤다. 상업용 세계 최대 규모의 한화오션 공동수조는 길이 62m·높이 21m 대형 터널로, 최대 출력 4.5MW(메가와트) 모터와 3600t(톤)의 물을 통해 최대 15m/s의 유속을 형성한다. 선박 추진력을 높이고 수중 방사 소음을 줄이는 연구 성과는 함정의 은밀성과 생존성을 강화하는 방산 기술 개발에도 활용된다.
이후 예인수조를 찾은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수조 내 모형선을 끄는 예인전차에 탑승해 고품질 선박 성능시험을 참관했다. 한화오션 예인수조는 길이 300m·폭 16m, 담수량 3만3600t으로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을 갖췄다.
이어 김 회장은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격에 기여한다는 뜨거운 사명감을 갖고 연구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화는 여러분들이 마음껏 연구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협력을 공개 요청함에 따라 한화그룹이 주력하는 방산사업 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MRO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최근 미 7함대가 발주한 함정 MRO 사업 2건을 모두 수주했다. 지난 12일 한화오션은 미 해군 7함대에 배속된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3개월 만 연이은 수주였다. 앞서 8월엔 한국 최초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시라함 MRO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구체적 수주 규모가 밝혀지진 않았으나, 각각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