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실적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철강 수출과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제철은 오는 22일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지난해 총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7% 감소한 23조4040억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2.4% 감소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매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5조6240억원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은 52.7% 오른 85억9000만원으로 분석됐다. 간신히 적자는 면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국내 건설경기 침체 △노조 총파업 등이 꼽힌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은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해관(세관)은 총서(연간 통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순수출량이 1억390만톤(t)으로 집계했다. 2015년 9962만t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 수치가 늘어났다는 것은 중국이 해외 철강은 적게 사들이고 해외 판매량은 늘렸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해 수입량은 681만5000t으로 2023년 대비 10.9%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무역위)는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방지를 위해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잠정 덤핑방지관세 21.62%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지만 업계에선 큰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후판에만 덤핑방지관세를 물리는 것은 큰 실효성이 없다"며 "현대제철을 포함한 국내 철강사의 주요 제품인 △강판 △철근 △강관 등에는 아직 무역위가 심사 중이라 해당 제품들에 대한 덤핑방지관세가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파가 불어닥친 국내 건설경기도 철강회사에 악재다. 건설의 뼈대가 되는 철근 수요가 감소해서다. 현대제철은 국내 건설 시황 악화로 △인천 2철근 공장·소형 공장 △포항 철근공장을 이달 전면 생산 중단하기로 했다. 감산 규모는 1월에만 약 7만t을 감산할 전망이다.
지역 기준 현대제철은 △인천 △포항 △당진 △순천 등 총 4개 공장 중 절반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노조 리스크도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21일 오전 7시부터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22일 오전 7시부터는 협정 근로자를 제외한 노조 전원이 24시간 파업을 이어간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상견례를 갖고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차량 지원금 할인 개선 △근속 연수에 따른 차량 구매 지원금 차등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사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고객에게 나갈 재고는 충분히 가지고 있어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제철은) 수요 둔화에 대한 대응으로 최근에는 형강 제품을 주로 생산하던 포항 2공장 가동률 조절도 진행했다"며 "시황 흐름과 고정비 부담 등을 감안해 회사(현대제철)의 2025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15% 하향(6290억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 폭탄도 현대제철에 부담이다. 북미지역은 현대제철 1위 수출 지역으로 전체 수출 물량의 약 33.7%를 담당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 고율 관세와 탄소세를 도입하면, 중국산 철강이 관세 장벽이 없는 한국으로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며 "이미 미국으로부터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 철강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