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올 1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다만 경쟁 심화로 인센티브가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차량이 대거 판매된 탓에 영업이익은 주춤했다. 2분기부터는 미국 관세 악재가 본격화하지만, 기아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등 유연한 대응을 통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사수하겠다는 복안이다.
판매 증가에도 수익성 '주춤'
25일 기아는 1분기 매출이 28조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역대 1분기 중 최대치다. 친환경차와 레저용차(RV) 차량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대당 판매가격(ASP) 상승과 함께 우호적인 환율 효과가 이어진 덕이다.
이에 대해 기아는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에 대한 고객 선호가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관세 적용을 앞둔 미국 시장의 선구매 수요 및 인도와 신흥시장의 판매 호조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 판매가 상승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아의 1분기 도매 기준 판매대수는 77만2648대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K3와 모하비 단산 등의 영향으로 국내 판매는 2.3% 감소한 13만4564대에 그쳤지만, 해외 판매가 63만8084대로 2.5% 늘었다.
특히 미국 시장의 성장이 도드라졌다. 카니발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전년 대비 10.7% 늘어난 19만9000여대를 팔았다. 지난 2월 출시한 인도 현지 모델 시로스의 흥행으로 인도 시장 판매도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다만 유럽의 경우 3.3% 감소한 13만8000여대 판매에 그쳤는데, 이는 2분기 출시할 스포티지 PE 대기 수요 탓이다.

1분기 매출 규모는 시장의 눈높이도 만족시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아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평균치)는 매출 27조7576억원이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기대치(3조2267억원)를 하회했다. 1분기 기아 영업이익은 3조86억원으로 12.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 역시 13.1%에서 10.7%로 하락했다.
영업이익 하락은 인센티브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낮은 EV(전기차) 신차 판매가 확대되며 믹스 효과가 줄어든 탓이다. 기아에 따르면 올 1분기 믹스 효과는 전년 동기 대비 369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1분기 인도 시장에 선보인 시로스를 비롯해 전기차 EV3, EV4 론칭했는데, 이 차종들은 기존 스포티지 등과 같이 고수익을 내는 차종이 아니다"라며 "수익성이 낮은 인도 시로스나 EV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보이며 일시적으로 믹스가 나빠진 것으로 보이지만, 캐즘을 돌파하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수익성 이어간다
비록 전년 동기와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졌지만, 기아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으로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도 두 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기아는 2분기에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수요에 기반한 유연 생산 운영을 통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는 한편 최적의 인센티브 운영 전략을 통해 수익성 중심 사업 운영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김 전무는 "작년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인센티브 운영이 증가되지 않았고 2분기에는 예상보다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해 인센티브 조정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2분기부터 미국 관세 여파가 예상되는 만큼, 미국 현지화에도 집중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아는 현재 2개월 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5월부터 관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김 전무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미국에서 파는 전략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가격의 경우 당장 인상하는 것보다는 현재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지키고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 잠시 주춤했던 믹스 효과도 2분기에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무는 "1분기 일시적으로 악화된 믹스는 2분기 타스만, EV4 등 신차 판매가 본격화하고, 유럽 시장 내 스포티지 PE 출시, 미국 시장에서 카니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중심 물량 확대로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기아는 관세 여파에서 벗어나기 위해 EV6와 EV9의 생산 라인을 미국 조지아로 옮겼다. 1분기 생산 실적이 줄어든 이유다. 그는 "2분기부터는 EV6와 EV9이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정상적으로 생산되면서 미국 내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믹스 영향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