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승리란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영풍간 지분 격차가 첨예한 가운데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임시주총 가능성과 함께 내년 이사회 절반 이상이 교체되면서 소수주주 및 외국인 주주들이 쥔 캐스팅보트의 향배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들의 표심을 가를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편집자]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회계 감리에서 들여다 볼 사안은 두가지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사에 대한 투자와 미국 재활용 업체인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다.
원아시아파트너스에는 제대로 된 투자 결정이 이뤄졌는지와 손실 이후 이를 재무재표에 반영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이그니오홀딩스의 경우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한 뒤에 인수했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 사안 모두 고려아연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갔는지와 연결되는데 최근 정부와 시장에서 기업 거버넌스 제고를 주요 과제로 꼽고 있는 만큼 이상 신호가 감지될 경우 고려아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쟁점① 원아시아 운용펀드의 적절한 가치 하락 반영
원아시아파트너스 이슈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회계 감리 배경이 된 손실 축소 의혹이다.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 투자 이후 일부 편입자산에서 발생한 큰 폭의 가치 하락을 재무제표에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일부 투자자산은 2021년 전후 취득가 대비 80~90% 수준의 가치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아연은 이를 일시적 조정으로 판단해 장부가를 큰 폭으로 낮추지 않다가 2024년 일부 청산과 장부가 조정에 나섰다. 반면, 이미 사실상 가치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음에도 손실을 제때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기준 IFRS9에 따라 해당 투자에 대한 손실 인식에 대한 문제는 회사가 공정가치 평가 및 공시 충실 여부가 핵심으로 투자의 실질적인 상황을 왜곡했는지가 중요해 보인다"라며 "공정가치 평가에 대한 시점의 문제인데 회사의 투자심의 기구 등의 판단과 그 기준이 어땠는지 금융당국이 집중해서 들여다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자금이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로 흘러 들어간 의사결정 과정도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8개 펀드에 약 6041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장부에 남아 있는 펀드는 아비트리지 제1호, 바이올렛 제1호, 망고스틴 제1호 등 3곳인데, 이들 역시 장부가가 상당폭 낮아진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전체 투자 손실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일부 펀드의 경우 최윤범 회장 개인이 먼저 사재를 투입한 뒤 회사인 고려아연이 후속 투자에 나서면서 최 회장 개인의 선행 투자 가능성과도 맞물리고 있다. 원아시아펀드 8개에 대한 고려아연의 출자 규모는 적게는 503억원, 많게는 1112억원가량이다. 고려아연의 자산 규모를 살펴보면 각 펀드별 투자 금액이 큰 편은 아니어서 투자 결의과정은 '실무검토→투자심의위원회→대표이사' 결재로 마무리 됐을 가능성이 높다. 각 펀드별 투자 규모만 놓고 보면 이사회 논의까진 거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에서는 형식적으로는 개별 펀드 출자 형태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연속된 투자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총 투자 규모가 6000억원대로 커지는 만큼 이사회 또는 이에 준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검토 대상이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원아시아펀드가 운용 중인 펀드 출자 약정금액의 90% 이상을 고려아연이 책임졌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포괄적 신용공여나 자금위탁으로 봐야하고 이 펀드들 역시 고위험 대체투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제대로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투자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회계문제로 연결됐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짚었다.
쟁점②이그니오홀딩스의 진짜 가치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의 '가치평가' 역시 쟁점이다. 고려아연은 당시 이그니오홀딩스를 3억3500만달러(5800억원)에 인수했고 이를 통해 100% 재활용 구리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인수 과정에서 이그니오홀딩스의 가치평가가 제대로 됐느냐다. 이그니오는 2021년 2월 설립됐고 설립 초기 출자 자본금은 275만달러가량이었다. 이를 감안할 때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급등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그니오홀딩스 실적이 자회사 편입 후 고전해온 점도 주목된다. 이그니오홀딩스 지주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는 2023년 529억원, 2024년 475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했고 지난해 87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가까스로 흑자전환했다.
일각에선 고려아연이 이그니오홀딩스 가치를 손상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업보고서 상 지주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 관련 영업권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제표상 영업권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식별 가능한 순자산 가치를 초과해 지급한 프리미엄을 뜻한다. 미래 수익 가치 추정 항목인 만큼 경영진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 페달포인트홀딩스의 영업권은 △2022년 3290억원 △2023년 3762억원 △2024년 3762억원 △2025년 4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손상 논란이 있는 자산의 영업권을 높게 보고 있는 거다.
금융당국이 감리 과정에서 가치평가가 과도했다고 판단할 경우 고려아연은 향후 대규모 손상처리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순이익 감소는 물론 인수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